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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땅만 빌린 한국의 전통 농업

by 초야잠필 2024.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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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천지하 막비왕토라는 말이 있어 

세상 땅은 모두 왕의 땅이고

네가 부치는 그 땅은 왕에게 빌려 농사짓는 것이라는 생각이

결국 공전제의 사상적 기반이 되는 것이지만 

한국의 경우 딱 이런 공전제가 아니더라도

농사짓는 땅에 비료거리가 될 만한 주기적 범람도 없고 

표토도 얇아 

몇년만 농사지으면 지력이 다해서 연작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리저리 옮겨가며 농사짓기도 어려운 것이 

사방에 사람들 천지라 

결국은 가지고 있는 손바닥 만한 땅 일구며 먹고 살 수밖에 없었을 텐데 

그러다 보니 이 땅을 일구어 먹고 살 방법은

결국은 강력한 시비에 기반한 농사 밖에 없었겠다. 

필자의 외국 학자들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특히 미국. 

가장 신기해 하는 것 중 하나가 한국의 농경지로 

노는 땅 하나 없이 각종 작물을 (단작이 아니라 여러 종의 다양한 식물을)

마치 식물원처럼 밀식한 데다

심지어는 사람 다니는 밭둑까지 심어 놓은 것을 보고 

재미있어 했다. 

집약적 농경이라는 게 이름은 폼이 나는데 

결국 노는 땅 없이 빽빽히 작물을 밀식하고 

그땅에서 매년 산출이 나오도록
비료를 때려 붓는 것밖에는 없으니 

어차피 한국의 농부들에게는 처음부터 자기의 농지는 자기땅이라기 보다

땅은 단지 공간일 뿐 실제로는 각종 자원을 투입하지 않으면

도저히 산출을 얻어낼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따지고 보면 바로 이러한 경제적 이유가 

한국에서 지주-전호제를 보다 강고히 만드는 이유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 

필자 생각이지만, 

최소한의 수확을 얻기 위해 투입되어야 하는 자본이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높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냥 던져둬서는 농사가 안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식의 처절한 집약적 농경이 언제부터 성행했는가 하는 것인데

학계에서 완전히 규명되었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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