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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로마 기후, 그리고 솔방울이 황소불알 만한 이탈리아 소나무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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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라 해 봐야 나는 이전에는 잠깐씩, 그것도 한여름만 경험했을 뿐이니, 그런 한여름은 우리랑 진배없이 쩠지만, 다만 습기는 우리보다 훨씬 덜한 편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리고 그 한여름 비다운 비라고는 구경조차 하지 못했으니, 건조하기 짝이 없고 그런 형편에다 나무나 풀 모두 가시가 발달하고, 뻣뻣하기 짝이 없어 이곳은 매마른 사막기후 아닌가 막연히 의심했다.

그러면서도 로마 혹은 이탈리아를 특징하는 식생대 중 하나인 소나무가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삼아 저리 자랄 수 있는가 못내 의심을 떨칠 길 없었다. 

그렇다 해서 내가 저걸 깊이 파봐야겠다 이런 형편도 아니니, 무엇보다 일상이 아닌 까닭에 어 이상하다 하는 정도로 흘려버리고 말 뿐이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문턱에 한달을 생활하며 그런 의문이랄까 하는 막연한 의구심을 희미하게나마 풀어볼 기회가 없지는 않았으니,

틈나는대로 저들 소나무 양태를 분석한답시며 솔방울이라는 솔방울을 다 붙잡고 살폈는가 하면, 흔히 mushroom pine이라 하는 그 양태가 인공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본능 자체가 그런 것인지도 살필 기회가 있었다. 

더불어 이쪽도 소나무 에이즈 피해가 심각한 상황을 곳곳에서 목격했으니, 고사한 소나무가 그리 많았고, 그렇게 병에 걸린 소나무들은 아름드리채 밑둥이 잘린 모습을 곳곳에서 노출했으니, 그 나이테 양상까지 살피기도 했다. 
 

 
 
앞 두 사진은 오스티아 라 해서 고대 로마시대 수도 로마와 밀접한 항구도시 유적이 있는 곳 소나무들이라, 보다시피 가로수로 심은 소나무들이 집단 폐사한 모습이다. 관 짜기에 딱 좋은 아름드리를 자랑하는데, 조금 있으면 베어낼 것이다. 
 

 
실제로 베어낸 그루터기다. 나이테 숫자를 세아려 봤는데, 얼추 40년산 어간 아닌가 한다. 불과 40년인데 저만큼 자란다. 

소나무는 침엽수라, 온대 혹은 냉대에 최적화했다는 믿음이 있지만, 저걸 보면 꼭 그렇지도 아니해서 이곳 소나무가 더 그런지 자신은 없지만, 한해 자란 나이테 두께를 보면 실상 속성수에 가깝다. 
엄청 자란다. 
 

 
이건 체르베테리라고 해서 같은 로마 근교이기는 한 지역 길바닥에 나뒹구는 솔방울이다. 난 처음에는 저 크기를 보고서는 잣나무 아닌가 의심했다. 

그만큼 솔방울이 황소 불알 만했다. 

이는 그만큼 이쪽 소나무가 잣나무에 가까운 그런 소나무 아닌가 하는 심증을 굳혀준다. 

잣나무는 같은 침엽수라 하지만 이종사촌 소나무와는 달리 매우 빨리 자란다. 그런 특징을 이태리 소나무는 유감없이 보여준다. 

또 하나 강수량이다.

내가 이전에 겪은 로마는 한여름 고온건조였지만, 이번에 겪은 가을 혹은 초겨울 로마는 온통 비오는 날이었고, 천둥번개도 자주 쳤다. 한번 쏟아졌다 하면 폭우였다. 

한달 중 비가 안 온 날이 없다시피 하다. 
 

 
이건 연평균 월별 로마 기온이랑 강수량이다. 내 경험이 틀린 것은 아님을 본다. 

여름엔 비가 턱없이 적다가 느닷없이 가을 겨울에 비가 쏟아짐을 본다. 
 

 
이걸 보면 더욱 분명하다. 6~8월은 20~30미리 고양이 눈물 만큼 오다가 겨울이 되면 쏟아진다. 

연평균 강수량은 800미리 정도로, 1320미리 서울에 견주면 적은 편에 속하지만, 겨울은 사정이 달라서 저처럼 비가 매일 쏟아진다. 
특히 유념할 대목은 겨울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이는 곧 소나무가 겨울에도 자란다는 뜻이다. 

내가 저 소나무가 목재로서는 어떠한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속성수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무른 계통이 아닌가 해서 한국에서는 그닥 목재로서는 인기가 없을 성 싶다 막연히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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