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 체류하는 동안 한국전통문화대학 복원팀과 저는 모두 4개 신전을 방문했습니다. 이들 신전은 모두 지금의 룩소르 시, 고대의 테베(Thebes)에 있습니다.
테베 중심을 흐르는 나일 강을 기준으로 태양이 떠오르는 산 자의 땅인 동안에는 순수하게 신만을 모시는 의례전(儀禮殿: cult temple)이, 태양이 지는 망자의 땅인 서안에는 주신과 사망한 왕을 함께 모시는 장제전(葬祭殿: mortuary temple)이 각각 건립되었습니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중요한 방문지는 – 당연한 말씀입니다만 – 복원 대상인 신왕국시대 제19왕조 람세스2세(Ramesses II: 기원전 1279-1213년) 장제전인 라메세움(Ramesseum)이었습니다. 라메세움은 당연히 서안에 있습니다.
이어 동안에 위치한 의례전인 룩소르 신전(Luxor Temple)을 찾았습니다. 라메세움의 탑문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같은 왕이 강 맞은 편에 비슷한 규모로 건설한 룩소르 신전의 탑문을 참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제20왕조 람세스 3세(Ramesses III: 기원전 1184-1153년)가 테베 서안 메디넷 하부(Medinet Habu)라는 곳에 건립한 그의 장제전이었습니다.
라메세움은 그 구조를 완전하게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많이 파괴된 반면, 이 장제전은 보존상태가 좋았을 뿐만 아니라 그 구조가 라메세움과 매우 유사합니다.
결론적으로, 당대 신전 탑문 형태와 공법을 참고하기 위해 동안의 룩소르 신전을, 그 형태적 유사성을 참고하기 위해 서안의 람세스 3세 장제전을 각각 방문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 세 신전 이외에 방문한 곳이 바로 카르낙 신전(Karnak Temple)입니다. 이 신전은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따로 설명드리지 않아도 그 역사나 규모에 대해서는 한 번쯤 들어 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만 짚고 넘어가자면, 이 신전은 고대뿐만 아니라 현대까지도 가장 규모가 큰 종교 건축물로 인정받습니다.
그리고 이번 방문에서 복원팀과 저는 카르낙 신전과 (카르낙 신전과 룩소르 신전을 잇는 스핑크스 참배로의 운영을 담당하는) 모스타파 알-사기르(Mostafa al-Saghir) 카르낙 신전 총괄(General Director of Karnak Temples & Avenue of Sphinx)의 환대를 받았습니다.
모스타파 총괄은 직접 신전 여기저기를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습니다. (사실 이 신전에 대한 가이드와 설명은 제가 할 예정이었습니다.)
새벽에 방문한 카르낙 신전은 고요했지만 여전히 장엄했습니다.
그날 밤 '빛과 소리의 쇼'(Sound and Light Show)를 보기 위해 카르낙 신전을 다시 방문했지만 새벽녘의 신전은 말로 다 형언할 수 없는 매력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집트를 방문하실 여러분께도 이 신전을 새벽에 방문해 보라 하고 싶습니다.
#라메세움 #룩소르 #메디넷_하부 #카르낙 #의례전 #장제전 #람세스_2세 #람세스_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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