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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마왕퇴의 귀부인 책 소개 <발굴기로 만난 중국 마왕퇴 유적>(2001)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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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3.15 16:07:18
<발굴기로 만난 중국 마왕퇴 유적>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1971년 여름 백제의 고도 충남  공주에서  실로 우연히 발견된 무령왕릉으로 한국 사회는 온통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27일 양쯔강 남쪽 중국 후난성(湖南省) 창사(長沙)라는 곳에서는 세계를 뒤흔든 발굴이 테이프를 끊고 있었다.

당시 중국 사회는 문화대혁명과 소련과의 극한 대립이라는 두 가지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었다. 소련과는 전쟁까지 벌일 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가운데 군(軍)에는 소련의 원자탄 공격에 대비해 참호를 파라는 명령이 하달됐다.

이에 따라 해방군 366병원은 일단 유사시를 대비해 마왕퇴(馬王堆)라 일컫는 잡초 무성한 언덕에 방공호를 파내려 가기 시작했다.

10m가량 굴을 파고 내려가자 갑자기 밀가루 반죽 같은 딱딱한 진흙 더미가 나타났다. 작업반은 우선 드릴로 이 진흙 벽을 뚫어 보기로 했다.

흙더미를 뚫고 들어간 드릴이 빠져나오자마자 시추 구멍에서 갑자기 '쉭'  하는 소리가 나더니 코를 찌르는 기체 한 줄기가 솟아올랐다. 바로 그 때 병원 원무처장이 동굴 벽에 기대어 담배에 불을 붙이는 순간 '펑'하는 요란한 폭발음이 일어났다.

세계 고고학 사상 몇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마왕퇴의 발견은 무덤 방을 처음 열었을 때 '휙' 하는 소리를 냈다는 무령왕릉이 그랬던 것처럼 우연이 빚어낸  걸작품이었다.

방공호 사건이 있고 난 뒤 중국 고고학자들은 1972년부터 74년까지 마왕퇴에 대한 대대적인 발굴을 벌였다. 

이 언덕이 마왕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은 당나라 말기 이른바 오대십국(五代十國) 시대 초나라 왕 마은(馬慇) 및 그 아들 마희범(馬希范) 부자의 무덤이라 전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발굴 결과는 경악 그 자체였다. 이곳에서는 모두 3기의 무덤이 발굴됐는데 그 주인공은 마은 부자가 아니라 뜻밖에도 2천100년 전 전한(前漢) 초기 장사국 승상(丞相.일종의 왕)으로 봉해진 이창(利倉)이라는 사람의 가족 무덤으로 밝혀졌다.

마왕퇴 무덤중 가장 먼저 발굴된 1호묘에는 이창의 부인으로 기원전 168년에 사망한 신추(辛追)라는 여인이 묻혀 있었고 2호묘는 장사국 초대 왕으로 기원전 186년에 죽은 이창이 주인공이며 3호묘는 그 아들의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이 발굴에서 더욱 놀라운 점은 여기서 쏟아진 각종 유물 3천여점이었다. 

이중에는 칠기와 비단에 쓴 글과 그림인 백서(帛書) 및 백화(帛畵)가 다량으로 들어 있었다. 칠기는 갓구워낸 것처럼 선명했고 백화 또한 살아 있는 듯했다.

백서는 전부 30여 종에 씌어진 글자만도 15만자 이상이었다. 그런데 그 대부분이 역사 기록에 이름만 남긴 채 사라졌거나 전혀 들어 보지 못한 책이었다. 요즘 김용옥 교수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많이 회자되는 「노자」도 들어 있었는데 순서나 내용이 지금 전해지고 있는 「노자」와는 딴판이었다. 

다시 말해 우리가 그때까지 읽고 있던 「노자」는 가짜나 다름없음이 밝혀졌다.

이들 유물과 함께 더욱 놀라운 '발굴품'은 사람이었다. 1972년 4월 마왕퇴 1호에서는 이 무덤 주인공인 이창의 부인 신추가 죽을 때 모습 그대로 나타났다.

키 154㎝, 몸무게 34.3㎏으로 밝혀진 이 여인은 피부가 옅은 황갈색을 띠고 윤기가 아직도 남아 있었고, 탄력성도 있었으며 관절도 움직였다. 머리는 가발을 쓰고 있었고 진짜 머리는 가늘고 듬성듬성했으며 치아는 19개가 남아 있었다.

이 여인을 해부한 결과 내장을 비롯한 장기 전부가 거의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내장을 빼내 시체를 방부처리한 이집트 미라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어떻든 해부 결과 50세 전후의 이 여인은 생전에 동맥경화증, 다발성 담석증 등 많은 질병을 달고 살았으며 사인은 심근경색이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마왕퇴의 귀부인」(일빛. 이익희 역)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번역돼 나온 중국 고고학 발굴 전문작가 웨난(岳南.38)의 저서는 바로 마왕퇴가 어떻게 해서 발견됐으며 그것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대단히 흥미롭게 전하는 발굴기이다.

웨난은 이미 「진시황릉」과 「법문사의 비밀」「황릉의 비밀」과 같은  작품이 국내에 소개돼 있어 국내 역사 및 고고학 애호가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이름이다.

웨난의 다른 작품처럼 이번 번역본 또한 해박한 역사지식을 바탕으로 고대와 현대를 종횡무진 넘나들고 있는데 마오쩌둥(毛澤東)과 저우언라이(周恩來)를 비롯한 중국 현대사의 거물들도 만날 수 있다. 400쪽 안팎 2권으로 각권 1만2천800원이며 컬러 화보가 들어있다. <사진 있음>
    taeshik@yonhapnews.net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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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전 기사다. 이건 서평이 아니라 책 소개다. 저런 시절이 어제 같은데 저런 시간이 뭉퉁이로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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