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국가유산기본법을 발동하면서 종래에 쓰던 문화재文化財 cultural property 라는 용어를 일괄로 국가유산으로 바꾸는 폭거를 저질렀거니와,
이에 의해 국가유산이라 볼 수 없는 갖은 잡탕까지 다 국가유산으로 바뀌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빚어졌거니와
그렇다 해서 문화재라는 말은 폐기되는가?
천만에.
저 문화재는 결코 폐기될 수도 없고 폐기되어서도 안 된다. 저 문화재가 문제가 된 오직 하나의 이유는 자연유산 때문이었다.
문화재라는 말은 文化를 전제하며, 이 문화는 말할 것도 없이 인간 활동을 필요조건으로 깔고 있거니와 그런 까닭에 자연유산은 포괄하지 못한다는 결정적인 하자가 있었다.
그래서 이를 유네스코 분류에 따라 기존 문화재로 통용하던 범주를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두 가지로 채택했거니와, 국가유산기본법은 여기까지는 좋았지만, 엉뚱하게도 저와 별개하는 무형유산을 따로 설정하는 기이한 작태를 저지르고 말았다.
무형유산 intangible heritage는 문화유산 일종이다. 그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것을 그와 대별하는 전연 새로운 범주로 끌어올렸으니, 도대체 어떤 놈이 이 따위 걸레 같은 법률을 만들었는지 그 정신상태를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면 문화재란 무엇인가? 문화유산이다. 자연유산을 포괄할 수 없거나 포괄하기 힘든 것들을 제외한 인간 활동 흔적이 남긴 직접 유산은 다 문화재란 말이다.
간단히 말해 문화재=문화유산이다.
따라서 저 말은 결코 버릴 수 없다. 편의에 따라 문화재 혹은 문화유산을 혼용하면 될 일이다.
물론 나는 자연유산이라는 별도 카테고리가 생긴 마당에 서서히 문화재라는 말은 밀려나고 자연스럽게 문화유산이라는 말로 대체되어 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
문화재는 결코 버릴 수도 없고 버려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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