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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문화재를 배회하는 유령] (4) 발굴이 아니라 안전이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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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이 아니라 왜 무너졌는가가 중요하지 않겠는가?




 
집중호우에 따른 서악고분군 붕괴와 그에 따른 일련의 조치를 나는 '참사'로 규정하거니와,

이 문제는 기후변화에 따른 안전 문제였음에도, 그것을 대처하는 자세는 안전이 아니라 '발굴'이었기에 나는 그리 부른다. 

더 간단히 내가 자주 쓰는 비유를 동원하면 이렇다. 

맹장이 터졌는데, 뇌를 연 꼴이다. 

저 현장은 시종일관 기후변화에 따른 문화재 안전 대책 강구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했음에도,

얼빠진 공무원들과 더 얼빠진 고고학도 일부가 발굴이라는 참사로 수습을 귀결하고 말았다. 




천오백년을 버틴 신라 무덤이 왜 집중호우 한 방에 맥없이 무너졌을까? 이것이 궁금하지 않은가?

이런 물음에서 저와 같은 일이 재발하는 방지 대책이 나오기 마련 아니겠는가? 

붕괴했다 해서 잽싸게 그래 이참에 잘됐다. 저기가 신라 무덤이 적석목곽분에서 석실분으로 바뀐 초기 무덤이라 하는데, 이참에 그 속내 한 번 보자 해서 냅다 기다렸다는 듯이 파제끼는 일이 어찌 문화재행정이겠는가?

더 극심한 기후변화에 앞으로 저와 같은 일이 더욱 빈발할 텐데 그때마다 냅다 잘됐다 해서 곡갱이 삽자루, 그리고 포크레인 동원해서 또 파제끼고 속내를 보고서는 그걸로 사후 대책이라는 사기행각을 언제까지 벌일 참인가?

왜 천오백년을 버틴 봉분이 맥없이 무너져내렸는가를 궁구하고, 그 원인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그와 같은 일이 재발하는 일을 막는 방법이 생기지 않겠는가? 





고고학? 파는 게 고고학인 줄 아는가? 

무덤 축조기술 타령? 매양 요새 무덤만 팠다하면 그걸로 무덤을 만든 기술이 밝혀졌네 하는 사기를 치는데, 새로운 시대 새로운 고고학은 그딴 거지 같은 일 이젠 그만 해야 한다. 

저 서악고분군 봉분 붕괴 현장은 왜 천오백년 묵은 신라무덤이 맥없이 무너져내렸는가 비밀을 파헤칠 절호의 기회였다.

그걸 발굴이 손대는 바람에 놓치고 말았다. 

왜 무너졌는가? 두더지 굴인가 아니면 말벌집인가?

이런 걸 알아야 향후 저와 같은 문화재현장에서 두더지집이나 말벌집으로 난 구멍을 시멘트로 메우든 할 게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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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를 배회하는 유령] (3) 말벌 사건과 무덤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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