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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문화재 지정의 궁극은 protection and management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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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우영우 팽나무. 계절이 겨울임을 고려한다 해도 현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생육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저 열악한 환경을 그나마 현재 상태로 끌어올린 힘은 말할 것도 없이 보호수 지정이다. 천연기념물 지정은 저에서 한 발 더 나아가는 방향으로 생육환경과 주변환경을 개선하는 시발이어야 한다.


흔히 세계유산을 논할 적에 매양 OUV라 해서 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전가의 보물처럼 말하며, 나아가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들 중 하나로써 authenticity와 integrity와 더불어 저 protection and management를 삼대 주축의 하나로 거론하지만, 내 보기엔 세계유산이건 한국의 지정문화재건 관계없이 그 궁극하는 이유이자 목적은 오직 이 하나로 수렴할 뿐이니 그것이 바로 protection and management라, OUV 혹은 지정가치란 결국 그 논리를 받침하는 언설에 지나지 아니한다.

왜 세계유산을 등재하며, 왜 국보니 사적이니 하는 이름으로 우리는 문화재를 만드는가? 우수마발 필요없이 오직 하나가 있을 뿐이니 그것이 바로 protection and management이며, 명승이며 천연기념물 또한 이에서 단 한 치 양보가 있을 수가 없다.

우영우 팽나무 역시 드라마 편승이라는 외풍이 순풍에 돛을 달아준 격이긴 하지만 그것을 왜 우리는 초고속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던가? 오직 이 하나가 있을 뿐이니 for better protection and management가 그것이다.

다만 종래 압도적인 문화재 정책 흐름이 지정 designation 그 자체에 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으니, 우영우 팽나무가 나름 이채로운 점 중 하나는 (물론 그 정도로 의미 부여가 가능한가 하는 회의가 있을 수는 있다.) 그 추진 과정도 그렇고 실제 그 protection and management를 위한 사전 계획 수립 과정에서 아예 protection and management가 심각하게 고려했다는 점을 특기해야 한다.

우영우 팽나무. 저 장소성 때문에 저 상징성이 더 크기는 하겠지만 전반으로 보아 그 장소성이 불안함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저걸 소재로 하는 드라마 에피소드 방영 직후 아마 조선일보로 기억하는데, 그에서 왜 문화재가 드라마에 편승해 졸속으로 문화재 지정을 추진하느냐 하는 비판적 논조의 아티클이 실렸는가 하면, 저 정도 당산목은 전국에 늘렸는데 유독 우영우 팽나무만 특혜를 주느냐 하는 반론도 있었으며

그러는 한편으로 아마 어느 지역 매체였다고 기억하는데 그에서는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사람들이 일시에 몰려드는 바람에 팽나무 생육환경에 악영향이 초래한다는 경고도 있었다.

다 충분히 지적할 만한 사안이며, 또 충분히 나올 만하며 또 그러기에 당연히 나와야 하는 이야기라
저들에 대해 나는 "왜 문화재는 시대에 편승하지 못하는가? 한국문화재 고질은 시대흐름을 읽지 못하는 데 있었다"고 하기도 했으니, 이 문화재행정은 자기네 나름으로는 매양 신중을 팔지만, 지난 30년 내가 지켜본 이 동네 꼴은 신중이 아니라 실은 책임 방기에 가까웠으니, 언제나 그 행정은 기차가 떠난 뒤에 움직이곤 했다. 시류 편승은 야합이 아니라 시대 흐름을 읽는다는 뜻이며, 시대 흐름을 읽는다는 말은 시대와 함께한다는 뜻이다.

다른 당산목들까지 한꺼번에 고려하고 그걸 기반으로 우영우 팽나무를 비롯해 그것들을 일괄로 천연기념물 지정을 추진하기에는 우영우가 일으킨 천연기념물 붐을 상실할 우려가 크다는 따위로 반응하기도 했거니와, 왜 우영우 팽나무를 지정했느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왜 무수한 우영우 팽나무들은 지정하지 아니했느냐를 따져야지 않겠는가?

저와 같은 문제제기 중 특히 눈여겨 봐야 하는 대목이 드라마 인기에 편승한 현지 관광 집중과 그에 따른 생육환경 변화라는 경고다.

이 메시지는 비단 우영우 팽나무에만 해당하는 사안은 아니며 그 경고음이 내는 데시벨 수준이 높은 것도 아니다. 하나마나한 말이며 빗자루 들었는데 마당 쓸라는 주문일 수도 있다.

1980년대 우영우 팽나무


나아가 저 말은 현재까지 저 팽나무가 생육환경도 완벽하거나 그에 가까웠으며 더는 손을 대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그 생육환경 보호를 위해서는 결국은 펜스를 치고 사람들 출입을 막거나 제한해야 한다는 전제를 암묵으로 까는데, 이 따위 주장이 심지어 전문가연하는 사람한테서도 나온다는 현실이 기가 막힌다.

천연기념물은 국가지정문화재다. 이는 곧 그 지정과 더불어 그 protection and management에 국비가 투여된다는 뜻이다. 국비는 국민의 세금을 원천으로 삼는다. 그 원천은 불특정 다수다. 더 간단히 말해 우영우 팽나무라가 무엇인줄 모르는 사람들한테도 그 protection and management 책임을 돌린다는 뜻이다.

소덕동 우영우 팽나무는 천연기념물이 되면서 소덕동이라는 마을의 당산목에서 대한민국 당산목(중 하나)으로 신분이 변화했다. 그렇다 해서 마을 당산목이라는 고유 가치를 포기할 수는 없다. 아무튼 국가지정문화재가 됨으로써 그 protection and management는 국가, 곧 불특정 국민이 책임지는 시대로 돌입했다.

그것을 향유하는 주체도 마을 주민에서 관광객이라고 흔히 치환하는 불특정 국민으로 폭이 넓어졌다. 혹자는 문화재 지정에 따른 사유재산권 행사 제약은 어느 정도는 필연적이며, 그에 더불어 벌써 그 징조가 감지되는 오버투리즘에 의한 주민 불편을 호소하는 일도 빈발한다.

우영우 팽나무가 빛을 발하는 대목 중 하나가 경관 전체에서의 위치다.


문화재 지정이 제약이라는 불가피한 측면을 동반하는 것은 사실이며, 종래의 문화재 행정이 이런 쪽에 기울었음은 부인할 수 없거니와, 그것을 지역발전 모멘텀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책무가 우리한테는 있는 것이며, 이 책무는 비단 문화재청이나 경남도 혹은 창원시 같은 지자체에 국한하리오?

그 책무는 불특정 국민도 일정 부분을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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