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이 탑재한 형용모순, 특히 우영우 팽나무의 경우

우영우 팽나무

문화재청은 이번에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 심의를 거쳐 창원 북부리 이른바 우영우 팽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 확정하면서 이 유산을 이렇게 말했다.

무형유산인 마을당제와 팽나무(주변 경관 포함)라는 자연유산이 복합적으로 결합한 대표적인 국가유산으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소덕동 팽나무’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지며 화제가 된 나무이다.

창원 북부리 팽나무는 오랫동안 동부마을 공동체의 구심점이었고. 마을주민들이 팽나무를 신목으로 여겨 당산제를 시작해 현재까지 90여 년간 지속하는 등 마을 고유의 전통을 이어왔다. 또한 1934년 홍수해 때 마을주민과 팽나무가 함께 나온 언론보도(동아일보 1934.11.24.)를 통해 대외적으로 존재 사실이 알려지고, 마을과 팽나무와의 역사가 확인되어 학술적‧역사적 가치가 있다.

또한, 팽나무가 위치한 언덕에서 낙동강을 경계로 북쪽에는 하남읍, 남쪽에는 대산면의 넓은 평야 지대가 펼쳐져 있어 기존에 지정된 팽나무의 입지와는 차이가 있는 독특한 경관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외에, 지정조사 단계에서부터 문화재청과 창원시, 마을주민이 함께 공동협의체를 구성하여 관람객 증가에 따른 주민 불편 사항 해결과 생육환경을 고려한 보호책 마련 등 적극행정 차원에서 다각도로 노력한 점도 인정받았다.

우영우 팽나무

그 지정보고서도 그렇고, 또 그 이전 이 팽나무를 지정예고할 때도 그랬지만 왜 저 팽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는지 그 대의는 저 보도자료를 벗어날 수가 없다.

물론 저 보도자료에는 해당 사항이 누락되기는 했지만, 팽나무 자체가 천연기념물로써 지정될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다는 가치 평가가 빠질 수는 없다.

한데 우리가 정작 주의할 대목은 저 인용문이다. 우리는 저를 무심히 넘긴다. 왜? 통상 저와 같은 수목류 천연기념물 지정에 항용 따라 붙은 가치 설명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저 부분은 해당 수목류가 왜 천연기념물이 될 만한지 그 자격요건이다.

하지만 저런 평가가 타당한가 하는 문제는 아무도 짚지 않았다. 저와 같은 평가가 타당한가 여부는 차지하고, 우리는 천연기념물이라는 근본으로 돌아가 저런 평가가 필요한가 아닌가를 단 한 번도 물은 적이 없다?

왜? 저와 같은 일이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저와 같은 일을 하는 주무부처인 문화재청 역시 저것이 타당한가를 단 한 번도 물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간평한다. 우영우 팽나무를 지정하는데 저 대목은 암짝에도 쓸모가 없다. 있건 없건 아무 상관이 없는 내용이다. 저건 데코레이션에 지나지 않는다. 덤이다.

저런 인문사회적 배경이 있건 없건 그것은 전연 해당 팽나무가 천연기념물이 되는 데 하등의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

우영우 팽나무

왜 그런가?

그것이 지정되는 대상이 천연기념물 natural monument인 까닭이다.

저와 같은 설명은 천연天然 혹은 nature와는 전연 상관없다. 그건 인문 cultural에 해당하는 까닭이다. 물론 자연유산을 둘러싸고 저와 같은 인문사회적 자산이 가미되면 좋기는 하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핵심을 벗어난 데코레이션이요 덤에 지나지 않는 것이요 저것이 해당 유산이 천연기념물이 되느냐 아니냐와는 전연 별개이며, 나아가 별개인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설혹 저와 같은 인문사회적 유산이 없거나 설명되지 않는다 해서 그것이 천연기념물 자격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왜? 천연한 기념물이기 때문이다.

우영우 팽나무

함에도 왜 천연기념물에 저와 같은 인문사회적 배경을 요구하는 일이 번다하게 이뤄지며, 나아가 저 팽나무와 같은 당산목에 대해서는 으레 그러해야 하는 것처럼 자리를 잡았는가?

천연기념물을 오도했기 때문이지 뭐가 더 있겠는가? 덤이 덤터기가 아니라 본질인양 치환되었기 때문일 뿐이다. 당산목 운운하는 대목은 저 팽나무가 천연기념물이 되는 데 하등 방해가 되지도 않을 뿐더러, 어쩌면 그와는 배치한다. 왜? 천연에 맞서는, 혹은 천연을 배반하는 인문인 까닭이다.

실상 저런 인문사회적 요건은 천연기념물이 되는 조건을 어쩌면 방해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천연기념물이 한국사회, 특히 문화재현장에서 내재한 실로 거창한 형용모순 문제가 대두한다. 그것이 무엇인가?

자연유산이어야 할 천연기념물에 대해 문화유산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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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과 명승, 문화유산과 자연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