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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박정희가 외국 차관으로 시작한 안성 팜랜드

by taeshik.kim 2020.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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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벤더

 

 


한창 만개한 해바라기 농장이 볼 만하다는 추천에 어제 달려간 안성 팜랜드가 나로선 금시초문이었다. 이런 데가 대한민국에 있는지도 몰랐고 당연 어떤 민간업체 혹은 민간업자가 농토를 그리 개량해서 관광상품으로 개발했겠거니 했다.

사전에 이곳이 어떤 덴지 알아볼 생각도 없었다. 그러기엔 무심했던 까닭이며 어제 말했듯이 무엇보다 컨디션이 너무 좋지도 않았다.

 

주차장

 

그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우선 놀란 점이 이 무더위에 주차장을 가득채운 차량이었다. 입구가 복수인듯 제1매표소라는 간판이 보였다.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이리 유명한 곳이던가 했다. 그보단 이렇게 유명한 곳을 난 왜 여태 이름조차 듣지 못했나 했더랬다.

관람객을 보니 거의가 가족단위 혹은 연인들이었다. 이건 이 안성팜랜드가 내가 여직 정체를 알지 못하나 이런 데로 확실히 자릴잡았음을 의미했다.


 

 

측백
송진 열라 많은 전나무?

 

 


언뜻 알 순 없지만 규모가 상당한 듯 했다. 이 코로나 보건사태에서도 이리도 사람을 긁어모으는 곳이 점점 궁금해졌다.

입구 찾아가는데 측백나무로 담장을 둘러쳤고 저 뒤로는 마천루처럼 솟은 고층 측백나무들이 보인다.

아! 유럽이다. 모델이 유럽이다. 사이프러스 측백 잔뜩 심어 방풍림 경계림으로 삼은 그 유럽 엔클로저다 고 직감했다. 어떤 놈이 유럽을 모델로 삼아 이런 걸 맹글었지?

점점 의뭉이 인다.


 

 

 

 


심증은 확신으로 굳어진다. 나는 순간 유럽, 특히 그 농촌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각종 편의시설로 활용하는 저 건물들, 유럽 농촌, 특히 낙농을 기반으로 삼는 그 농가 창고형 건물들이다. 

 

순간 집히는 데가 있었다. 덴마크? 그룬트비? 이 두 말이 오락가락했다. 박정희시대에 교육을 시작한 나는 귀에 돌이 박히도록 농업입국 낙농강국이라는 말을 세뇌했거니와, 그 와중에 언제나 우리가 그리 나아가야 하는 모델로 덴마크와 그룬트비를 세뇌했거니와, 천상 그게 아닌가 했더랬다. 


 

라벤더

 

 

 

물론 때에 따라선 네덜란드 풍차 이야기도 너무 많이 들었고, 그 일환이었는지 아닌지 알 수는 없지만 플란다스의 개도 오락가락했다. 아! 풍차 돌리고 싶었나 보다. 

 

그러고선 마침내 결론했다. 

 

박정희다!

 

이런 담대한 꿈을 추상에서 구상으로 해체할 단군조선 이래 유일한 반란자는 박정희밖에 없다. 이건 박정희 작품이다. 

 

 

우리것이 좋은 것임을 외치는 농협이 애지중지하는 타조

 

 

 

이곳을 추천하고, 이곳을 와 본 적 있다는 동료들한테 나는 계속 물었다. 

 

"이거 대체 주인이 누구요?"

 

그랬더니 "농협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말만 돌아온다.

 

농협? 충분히 그럴 만했다. 박정희의 꿈을 아마 농협이 물려받아 이리 왔겠지.

 

진짜로 농협인듯 저짝 농장 귀퉁이에 농협 건물이 보인다. "저 농협 건물 보니 농협이 맞구만."

 

이걸 만든 사람은 왜 굳이 안성에다가 이런 농장을 만들었을까?


 

열라리한 해바라기 농장. 동남아 친구들이 유난히 많아 왜 이런가 누군가에게 물어보니, 이 일대는 공장이 많고, 동남아 노동자가 많아서 그렇단다. 동남아 젊은 친구가 엄청 많이 오는 곳이더라. 한류현장??? 

 

 

 

돌아보니 사방이 넓은 평원이다. 단순한 평야지대가 아니다. 강안 충적대지라면 언제나 홍수 피해에 노출되는데 이 안성팜랜드는 천상 유럽에서 보는 hill이라, 무엇보다 수해 우려가 없거나 적은 그런 천연의 입지였다. 사방을 둘러봐도 이런 평원지대요, 저 지평선 너머로 얕은 산들이 겨우 들어왔으니, 아! 나한테 익숙한 안성이 이런 땅이 있었던가 새삼 과거를 회상한다. 

 

나는 카투사로 평택 안중리 캠프 험프리스에서 군생활을 했거니와, 평택과 인접한 안성은 언제나 같은 생활권이었으니, 그래서 안성은 비교적 잘 안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 나에게도 평택이 드넓은 평야지대임은 알고는 있었지만, 안성도 그런 땅이 많은 데인가를 다시금 생각했다. 


 

옐로시티 안성팜랜드. 장성이 봤음 곡할 노릇이다.

 

 

 

농장은 더럽게 컸다. 물론 이것도 유럽이나 미국 같은 데로 나가면 코딱지라 비아냥사겠지만, 그에 견주어 그리 납작해지지만은 않을만치로 규모가 제법이었고, 그런 넓은 땅에다가 각종 농업 낙동시설을 구비했으니, 들어가는 입구에는 저런 편의시설을 배치하는 한편 그것을 지나니 타조가 뛰어놀고 양떼가 풀을 뜯는가 하면 안소영 그의 몇배를 합친 것보다 더 큰 젖통 우람한 소떼가 뛰어논다. 

 

라벤더 라벤더 하는데, 이리 많은 라벤더가 한창 그 특유한 뒷골을 땡기는 향내는 발산하고, 그 뒤로 거대한 노랑의 물결이라, 그래 전라도 땅 장성이 옐로시티를 지향한다며 온통 동네를 노랑색으로 장식하고 있거니와, 그런 장성이 보면 울고갈 해바라기와 미국 코스모스가 빚어내는 옐로 플라워 파티가 흔연한 꽃농장이 펼쳐진다. 


 

코스모스는 이제 시작

 

 

 

해바라기? 유럽에 익숙한 사람들이야 뭐 이 정도로 하겠지만, 그런 해바라기 농장이 흔하디흔한 곳에서의 원오브뎀 one of them과 해바라기라 해 봐야 동네 어귀 몇 포기 심어놓은 그런 풍광이 익숙한 한반도에서의 그것은 사뭇 다른 풍광일 수밖에 없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저러다 벌러덩 뒤로 자빠져서 해바라기 몇 포기 파괴했다.

 

 

 

이곳에서도 휴농시스템을 도입했는지 아니면 가을식물용 땅으로 남겨두었는지 모르지만, 그 꽃농장 반대편에는 쟁기질 한 맨땅을 노출한 데가 그만큼 넓다. 대체 이 농장 전체 면적이 얼마야?

 

아파트 건설업자들 보면 침 흘릴 만한 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더랬다. 

 

남영동 사저로 귀가하고는 골아 떨어졌다가 안성팜랜드를 검색하면서 그 내력을 찾아봤다. 홈페이지가 따로 있고 그 내력을 아래와 같이 소개하더라. 내 예상은 한치 어긋남이 없었다. 


 

노랑 물결

 

 

 

안성팜랜드는 박정희의 꿈이 서린 곳이었다. 



1963년 대한민국 제5대 대통령에 취임한 박정희 대통령은 당시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에 불과한 가난한 나라의 농촌부흥과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우유를 배불리 먹이고 싶은 꿈이 있었습니다. 1964년에 서독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은 서독의 뤼브케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이 꿈을 이야기하였고, 1967년 대한민국을 답방한 뤼브케 대통령과의 경제협력 회담을 통해 낙농시범목장 건설과 젖소 200마리를 구매할 수 있는 차관자금을 유치하여, 이 차관으로 1969년 10월 11일 '한독낙농시범목장'(안성목장)을 준공하였습니다.


 

쉰난다

 



준공 후에는 독일의 기술자들이 운영하다가 1971년 농협에 운영권이 이관된 '안성목장'은 젖소를 사육하면서 우유를 생산하는 한편 축산농민에게 낙농기술 교육과 송아지 분양을 통해 대한민국의 낙농기반 조성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였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우유생산량은 1969년 3만5천톤에서 2012년 210만톤으로 60배 성장하였으며, 1인당 우유소비량은 1970년 1.6kg에 불과하였으나, 2012년에는 67.2kg(200㎖ 우유팩 336개)으로 증가되어 우리나라 어린이는 질 좋은 우유를 충분히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농협은 대한민국 축산업 발전이라는 꿈을 갖고 안성목장을 시대적 산업적 요구에 따라 변신시켜 왔습니다.

- 1980년대 : 젖소, 한우, 돼지, 닭 등 축종별 시범목장으로서 축종별 사양기술 정립 및 농가 전파
- 2001년 : 한우시범사육장으로 변신하여 우리나라 고유 품종인 한우의 번식기반 확대
- 2003년 : 유기축산목장으로 운영하며 국내 최초로 유기축산물 생산
- 2008년 : 유기사료를 제조·공급하는 역할 수행

 

 

수원 농촌연료 채취교육현장을 시찰하는 박정희. 1973. 10. 25

 


가난 극복과 농촌부흥을 외친 대통령의 꿈에서 출발한 '안성목장'은 농협의 꿈이 더해져 설립 후 우리나라 축산업 기반조성과 농가 기술교육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였고 이러한 노력으로 우리나라는 축산업 강국으로 성장하였습니다.


한편 농협 안성목장은 2008년 유기조사료 생산 역할과 더불어 축산업의 새로운 발전 모델을 모색하기 위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이에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수많은 토론과 고민 끝에 안성목장은 『새로운 희망』을 향해 다시 한 번 도전을 시작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환경변화에 맞게 안성목장을 기존의 축산업 뿐만 아니라 보고 즐기는 축산업 즉, 사육과 가공에 국한된 축산업에서 관광서비스가 결합된 6차 산업으로 변신하는 새로운 꿈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꿈을 담아 2012년 4월 21일 농업과 축산업을 기반으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테마파크인 안성팜랜드를 개장하였습니다. 팜랜드는 메인테마를 가축과의 즐거운 체험으로 설정하고 목장의 주요 인프라인 가축과 초지, 축사에 스토리를 더해 목장에 체험과 관광·서비스가 부가된 관광·휴양단지로 새롭게 변신하였습니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르는 농·축산업을 보고 즐기는 농·축산업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수원 농촌연료 채취교육현장을 시찰하는 박정희. 1973. 10. 25

 

 

"즐거운 체험목장" 안성팜랜드는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다양한 감성 학습체험 제공을 통하여 농·축산업의 다양한 가치를 알려주고 농업인에게는 농업의 새로운 가치를 전파하는『새로운 희망의 꿈』을 이루기 위해 힘차게 나가고자 합니다.

팜랜드를 방문하신 고객님! 1969년 설립 이래 여러 가지 꿈을 꾸고, 꿈을 이뤄낸 우리나라 축산업의 성지 안성팜랜드에서 내일을 향한 힘찬 에너지를 받아 희망하는 모든 꿈 이루시기를 기원드립니다.

2012.4.21. 안성팜랜드

 

 

이런 설명을 보면 2012년 4월 21일 테마파크로의 변신이 안성팜랜드 역사에서 획기였음을 본다. 

 

***

 

안성팜랜드는 그 자체 대한민국 현대사 온축이었다.
결국 대한민국 현대사는 농협을 파야 하고, 박정희를 파야 한다.

증오와 찬사에서 비켜난 접근이 있어야 한다.


서중석의 대한민국사
이영훈의 대한민국사


이 두 가지는 동시에 때려부수어야 한다.

 

***

 

안성팜랜드 소개는 공식 사이트 참조

 

 

 

안성팜랜드

 

nhasfarmla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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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팜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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