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04 18:46:15 페이스북 게재글이다. 당시 문화재청에서는 변영섭 당시 청장 주도로, 반구대 암각화를 수중에서 구출하자며, 대책도 없는 전쟁에 돌입한 시기였다. 나는 저런 식으로는 문화재청이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계속 경고했다. 실제로 문화재청은 처참하게 패배했다. 굴욕문서에 조인까지 하지 않았던가? 이는 결국 변영섭 조기강판을 부르고 말았다. 강판 뒤 변영섭이 하는 행태는 또 어땠는가? 본인이, 본인 손으로 항복문서에 조인해 놓고는 그 부당성을 주창하고 다녔다. 그 항복문서에 조인하기 전에 그 자신은 옥쇄했어야 한다.
독도 영유권 문제, 이거 새삼 정리할 필요조차 없다. 일본의 끊임없는 영유권 주장에 국내에서 내놓는 대책은 항용 같았다. 영유권 강화를 위해 독도 교육을 강화하고, 그 일환으로 전시회도 하고 학술연구한답시며 연구소 맹글고, 나아가 그것이 더욱 발전해 해양생태 박물관을 맹글고, 유인도화 하자는 발상을 넘지 못한다.
이런 단발마적인 반응에 대해서는 나는 항용 그 따위 대책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고 했다. 설혹 우리가 역사교육을 강화해서 온 국민이 독도가 정말로 우리 땅임을 모태신앙화한다 해서, 거기다가 호텔을 짓는다 해서 일본이 영유권 주장을 결코 누그러뜨리지 않는다 했다. 내 말대로 되지 않았는가?
반구대 암각화 문제...이거 변영섭 문화재청장 취임 직후 급작스럽게 모든 문화재 정책을 올인하는 구호로 도구화했다. 변 청장은 그 자신이 내세우는 것처럼 10년 동안 반구대에 미쳐서 그 보존운동을 주창했다. 그 공로, 그 열정 존경스럽다. 하지만 그 방식까지 존경스럽다고는 결코 할 수 없다. 그 자신은 청장 취임 이전에 하도 이 문제로 문화재청과 부닥쳐 이미 그를 아는 문화재청 내부 직원들은 “미친 X”로 통했다. 변 청장은 알아야 한다. 아는 듯도 하다. 하지만 내 보기엔 왜 그 자신이 그렇게 통용되는지를 심각히 고민해 보지 않았다.
그가 청장 취임 직후 제시하는 반구대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독도 영유권 주장에 맞선다는 저 발상과 하등 다름이 없다. 그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그가 내놓은 발상은 모든 면에서 울산시를 압박했다. 저번 중앙지 기자 대상 반구대 설명회에서 난데없이 나타난 박맹우 울산시장은 “문화재청이 우리를 문화재 무식한으로 몬다”는 말을 했다.
나, 이 말 심각히 받아들인다. 한데 이를 심각히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 하고 많다. 그러한 사람들은 항용 말하기를 “반구대 문제는 한 사람만 결심하면 된다”고 한다. 그 한 사람이 바로 박맹우다. 내가 그날 반구대 현장에서 본 박 시장, 정말로 단순무식하다. 하지만 그가 정말로 단순하고 무식하기만 한가? 그리고 그런 단순무식한 한 사람 무너뜨린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는가? 나는 그리 보지 않는다.
그만큼 이 문제는 복잡하고, 그만큼 설득하고 협상해야 할 대상이 많다. 그럼에도 변 청장 취임 이래 문화재청이 그 보존을 위해 내세운 방안은 모조리 독도식 대응방안이었다. 반구대가 이만큼 중요한 문화유산임을 설파하고자, 청장 자신이 명함에다가 반구대 도안을 박았는가 하면, 반구대 전시회도 급조해서 만들었다. 왜 이런 일을 하는가?
다른 무엇보다 변 청장은 이런 방식이 반구대를 살리는 일에 정말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하지만 이 방식은 단연코 말하거니와 실패한다. 그 방식으로 성공을 기약할 수가 없다.
왜?
그 해답은 “우리가 문화재 무식한이 아니라”는 박맹우 말에 있다. 변 청장 취임 두 달이 채 안 됐다. 따라서 저런 대증요법과도 같은 반구대 해결 방식에 대한 평가를 실패로 규정하기에는 이르다 할지 모른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 결국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변 청장이 일단 성공한 대목이 있다. 이 문제를 국민 이슈화했다는 것이다. 국민 이슈화가 별 건가? 국회에서 관심을 가지면 그것이 곧 이슈화 아닌가?
하지만 그의 약발은 여기에서 그친다. 더 심각한 것은 단순히 그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퇴보를 거듭하여 문화재청으로서는 굴욕적인 항복으로 몰리고만 있다는 것이다. 집권여당 새누리당에서 어떤 얘기가 나오는가? 수위 조절을 내세우는 문화재청과 생태 방안 건설을 통한 해법을 주장하는 울산시 사이에서 중재안이라고 하면서 들고 나온 것이 ‘임시 제방’이다. 임시제방이 무엇인가?
글자 그대로 지금 년중 8개월을 물에 잠기는 반구대를 임시 방편으로 보호하되, 그 방식으로 그 주변에 펜스를 두르자는 것이다. 이거 참말로 언뜻 들으면 절묘한 방안 같다. 하지만 그 내실은 무엇인가? 반구대 때려부수기에 다름 아니다. 그것이 영구적인 생태제방이건 임시제방이건 그것은 필연적으로 반구대 주변 경관을 심각히 훼손한다. 빙 둘러 시멘트(혹은 다른 재료) 벽을 쳐서 물에 침수되는 것만 우선은 막자는 것이다. 최종적인 안이 확정되기 전까지만이라도 그렇게라도 보호하자는 것이다.
언제 최종안이 마련되겠는가? 안 된다. 설혹 된다 해도 이미 임시제방으로 망가진 주변 경관은 회복 불능이다. 얘기가 길어졌다. 정작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왜 변 청장식 반구대 운동은 실패하며 실패할 운명일 수밖에 없는가? 깃발을 든 이 오직 변영섭 한 명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하자는 데 나를 따르라 하지만 아무도 안 따른다. 문화재청 내부에서도 이미 냉소 일변도다. 너가 언제까지 천년만년 청장 하나 두고 보자 식이다.
이렇게 되니 변청장은 변청장 나름대로 울분이 터질 수밖에 없다. 실제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그리고 내가 직접 변 청장을 통해 들은 분위기를 종합하면 직원들에 대한 협박과 비난 일색이다.
그런 협박 지금은 통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약발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장담하지만 이러다가 내부 쿠데타 일어난다. 이런 판국에 변 청장은 결국 그와 뜻을 같이하는 극히 일부 외부 인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이름은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지만 알 사람은 이미 다 안다. 변 청장에게 오직 이들만이 우군일 뿐이다.
하지만 그나마 얼마 되지 않은 이 우군 또한 심각한 결함이 있다. 그네들이 그 분야 전문가라고 쳐 주자. 그렇다고 해도 지금 이들이 하는 꼴은 점령군이다. 그 꼴이 가관이라 사방에서 원성이 터져 나온다. 주변을 돌아봐라. 누가 우군인가? 아무도 우군이 없다. 청 내부에서도 없고, 청 외부에서도 우군이 없다.
언론? 내가 장담하지만 언론 한 군데도 도와주지 않는다. 그의 취임 초기 특정 신문이 거드는 모양새 취했지만 그거 오래가지 않는다. 근자에 중앙 유력 일간지에서 변 청장을 응원하는 기사가 난 적이 있지만 그건 순전히 그 기자와 변 청장의 인연에서 유래했을 공산이 크다고 보며, 광범위한 언론의 작금 변 청장에 대한 시각은 아니다.
요약한다. 반구대 문제에서 변 청장에게 우군은 없다.
자, 그렇다면 이를 타개할 방안은 무엇인가? 진단이 정확해야 치료법도 찾을 수 있는 법이다. 머리 아프다는 데 맹장을 잘라낼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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