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SSAYS & MISCELLANIES

사투리와 표준어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2. 22.
반응형

*** 아래는 2013.12.15 00:15:29 글이다. 


내 고장은 김천 시내도 아니요 거기서 주구장창 소백산맥 중턱으로 들어가서 거창으로 넘어가는 대덕이다. 이제 고향에는 어머니 세대가 주축이다. 70~80대가 주민의 80~90프로다. 나도 이제 고장말 다 잊어버렸다. 

‘사투리’라는 말, 나는 증오하고 경멸한다. 말에는 높고 낮음이 없다. 서울말을 ‘표준말’이라고 설정하고 그 외 여타 지역말은 삿된 말이라 해서 ‘사투리’라는 딱지를 부여하니, 이는 언어 말살이다. 

그 어떤 지역어건 그 자체로 존재 가치를 발한다. 물론 이 분야 종사자들, 예컨대 국립국어원이 대표하는 기관이나 그에 종사하거나 이른바 국어학에 종사하는 분들의 업적은 다대하다. 사전에 올릴 단어를 색출함에, 그리고 관련 연구에서 필드워크는 기본 중의 기본이며, 실제 이런 연구를 통해 지금의 한국사전에 구축되었음을 잘 안다.


함에도 우리 동네를 예로 들건대 저 양반들 돌아가시기 전에 누군가는 현지로 나와서 적어도 몇 달은 현지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저분들의 마실 대화, 빨래터 대화, 다마네기 심가며 주고받는 대화 녹음해야 한다. 

노인 한 명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진다는 아날학파의 구호. 잊지 말아야 한다.

*** 

이른바 한글수호운동은 쌍방향으로 전개되었으니 외적으로는 한문한자 영어추방, 내적으로는 사투리 추방 이 두 가지의 추방으로 정리한다. 

내가 특히 우려한 대목은 후자다. 사투라가 표준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실로 오랜기간 추방 대상이었고 축출 대상이었다. 

표준어가 사투리에 대해 우등한 것이 아님에도 이리 주장된 까닭은 중앙집권주의 발상이며 독재주의 발상이다. 한데 사투리 추방과 외국어 추방은 실은 일란성 쌍둥이라, 외국어에 대해 모국어가 우등하다는 전제를 깐다. 

사투리가 존재가치가 있듯이 외국어 역시 마찬가지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