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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의 글이라 하지만 그렇다는 증거가 없는 권학문勸學文으로 고문진보 첫머리에 실려 익숙한 감계문으로
계전오엽階前梧葉이 이추성已秋聲하니 일촌광음一寸光陰이라도 불가경不可輕하라는 일갈이 있거니와
하필 섬돌계단에서 자라는 오동으로 비유를 삼은 까닭은 알 수 없지만
가을의 전령으로 그 빠르기가 오동만한 것도 드무니
이 오동은 한여름이 고비를 넘길 즈음 벌써 진뜩함이 잔뜩한 열매를 내거니와
담배 이파리만한 그 잎은 실은 지는 줄도 모르게 퍼런 상태서 시들시들 지고 만다.
이 오동은 단풍이 없어 보통은 벌레가 들어 툭 떨어져 사라지고 마는데
참말로 희한하게도 그런 오동이 남긴 목재는 좀이 슬지 않고 뭇
엇보다 가벼워 가구재로 애용하기도 했으니
물론 순식간에 자라는 바람에 올해 싹이 내년엔 벌써 목재라 가볍기는 하나 무르고 연약함이 견줄 데가 없다.
봉황은 오동이 아니면 깃들지 아니한단다.
어째서 오동이 그런지는 알 수 없거니와 그만큼 고결하다는 뜻일 터.
어제 강화도 어느 숲을 거닐다 보니 오동엔 벌써 가을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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