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도 차면 기운다는 흔한 노자적 관점이 아니다. 이러고도 망하지 않은 사람 없고 집안 없고 왕조 없다.
실제 그랬다. 재위기간만 장장 72년 3개월 18일에 달한다는 루이 14세가 1715년 9월 1일 죽고나서는 프랑스왕정은 불과 80년이 되지 못해 망했으니
그의 시대를 상징하는 베르사이유궁전은 멸망이 필연임을 웅변한다.
내가 무수한 문화재현장을 돌았지만 현장에서 토악질을 일으킨 데는 베르사이유가 처음이다.
단순히 덩치가 커서도 아니요 단순히 화려해서도 아니다.
이런 데는 사람 살 곳이 아니다. 귀신한테나 어울릴 곳이니 유럽 여느 유서 깊은 성당 백 채는 한 군데 쑤셔박음직한 이런 데서 그가 어찌 왕노릇해는지가 불가사의할 뿐이다.
숨이 막힌다.
그래서 토악질이 났다.
이 울트라관심 종자는 도대체 헤아려 보면 몇 개인 줄도 모른 그 무수한 방마다 지 얼굴 지 전신, 지 마누라 지 아이, 혹은 그들과 같이한 그림과 조각 같은 걸로 쳐바르거나 장식했으니 이러고도 그는 욕망을 충족했을까?
결코 욕망은 허무를 이길 수 없다. 그 허무를 이기고자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이 울트라 관심종자는 지 얼굴 지가 보며 취한 구제불능이었으니 이러고도 어찌 왕조가 살아남겠는가?
베르사이유궁전은 온통 썩은 악취로 풀풀거렸으니 그래서 나는 토악질을 했다.
모든 인간은 관종으로 태어난다 했으나 온통 지 얼굴 쳐바르고 그에 스스로 취해 혹은 영혼에도 없는 어머 이뻐요 어머 젊어 뵈요 어머 잘 생기셨어요에 취해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족속, 그 극단하는 보기가 루이 14세다.
그런 왕을 만난 시대 국가는 부강한 듯 했으나 속으로는 곪을대로 곪아 고름이 죽죽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프랑스혁명은 루이14세에 대한 부관참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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