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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보카치오가 《데카메론》에서 증언하는 흑사병(2)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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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에 희생된 이태리인들을 위한 관

환자를 잠시 찾아보기만 해도 마치 불을 옆에 갖다 대면 바짝 마른 것이나 기름 묻은 것에 확 옮겨 붙듯 건강한 자에게 옮겨갔습니다. 아니 더 지독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것은 환자와 말을 주고받거나 환자와 사귀는 것만으로 전염하거나 죽음의 원인이거나 혹은 우리 쪽에서 환자가 입은 옷 혹은 그밖의 물건을 만지기만 해도 이 병에 감염될 정도였으니까요. 

 

내가 지금부터 드리는 말씀을 들으시면 아마 깜짝 놀라실 것입니다만, 나도 많은 사람이나 내 자신이 눈으로 직접 본 일이 아니었더라면, 아무리 믿을 만한 사람에게서 들었더라도 이 말을 믿거나 더우기 이에 관해서 쓴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나는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옮겨가는 이 흑사병의 전염력이 얼마나 강한가 하는 데 대해서 전해지고 있는 이야기를 말씀드리고 있읍니다만, 이 병은 단순히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겨질 뿐만 아니라, 환자 자신이나 혹은 이 병으로 죽은 사람의 의복 등에 닿아도 인간 이외의 동물에까지 옮겨져 순식간에 즉사해 버리는 일이 정말 자주 일어난 것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수녀원이라고 봐주지 아니한다. 로마 인근 대량 확진이 발생한 수녀원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내가 직접 눈으로 수 없이 본 것 가운데 어느 날 이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이 병으로 죽은 어느 가난한 사람의 누더기가 길바닥에 버려져 있었는데 마침 돼지 두 마리가 그곳에 왔읍니다. 여느 때처럼 돼지들은 먼저 꿀꿀거리며 코끝으로 쑤석거리더니 이어 입에 물고 휘두르기 시작했읍니다. 그러자 어떻게 되었을까요. 독을 쐰 것처럼 금방 경련을 일으키더니 마구 쑤석거리고 휘두르던 누더기 위에 두 마리가 그대로 쓰러져 죽어 버리지 않겠습니까. 

 

이와 같은, 혹은 이와 비슷한, 혹은 이 이상의 일이 연거푸 일어났기 때문에 살아 남은 자에게는 여러 가지 근심과 망상이 생겨서 끝에 가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야박한 마음을 품기 시작했읍니다. 말하자면, 환자를 피하고 환자에게서 달아나게 되었으며, 그렇게 하면 자기만은 산다는 잔인한 생각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개중에는 절제 있는 생활을 하고 무슨 일이나 과도한 짓을 삼가면 그와 같은 재앙은 만나지 않는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 끼리끼리 모여 다른 일체의 것에서 격리되어 살았습니다.

중세시대 흑사병을 소재로 하는 미술작품

 

다시 말해서 환자가 없는 집안에 틀어박혀 살면서 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최고급의 포도주를 마시면서 일체의 포식을 삼가고 다른 자와 말을 주고받지도 않으며, 외부의 일이나 죽은 사람이나 환자의 일에 참견하는 일도 없이 악기를 뜯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오락을 즐기며 살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그와 반대로 실컷 마시고 향락을 즐기고 노래 부르며 근처를 돌아다니고 놀러다니고 할 수 있는 모든 욕망을 만족시키는 것이 말하자면 명랑하게 서로 웃고 떠들고 모든 것을 죄다 무시해 버리는 것이 이 병에 대한 가장 좋은 약이라고 단정해 버린 사람들도 있었읍니다. 그래서 그들은 말뿐 아니라 되도록 실행에 옮겨 밤낮없이 이 술집 저 술집으로 옮겨 다니면서 흥청망청 한정없이 마시고 끝에 가서는 남의 집에까지 밀고 들어가 하고 싶은 짓을 마음대로 하고 놀았습니다. 


이런 일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모두 머지않아 죽는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기 자신은 물론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대개의 집은 공유公有가 되어 마음에만 들면 예사로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주인 행세를 하고 그 집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짐승 같은 생각을 품었으면서도 그들은 언제나 되도록 환자를 피한 것만은 사실입니다. 

 

중세시대 흑사병 의사


이와 같이 우리의 시市가 한탄의 바닥에 가라앉고 비참의 바닥에 빠져 있는 동안, 인간의 규범은 물론 하나님의 거룩한 법도의 권위도 거의 땅에 떨어지고 말았읍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법도의 집행자나 고위관리들이 일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모두 죽거나 병들어 버리고﹐ 하급 관리도 부족해져서 관청 일을 할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적당한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두는 형편이었읍니다.


그러나 방금 말씀드린 두 가지 형, 말하자면 첫번째 형의 사람들처럼 음식을 그리 제한하지도 않고﹐ 두 번째 형의 사람들처럼 술을 억병으로 마시며 방탕한 생활을 하거나 하지도 않고 중간 길을 걸어간 사람도 많았습니다. 이 사람들은 먹고 싶을 때는 충분히 먹었으며,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지 않고 근처를 산책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꽃을 어떤 사람은 향기로운 풀을 어떤 사람은 여러 가지 향료로 손에 들고 이따금 코에 대고 맡았으며, 그러한 향기로 머리를 쉬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시체와 질병과 약품의 불쾌한 냄새가 주변 대기 가득히 충만해 있는 듯이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한형곤 옮김 《데카메론》, 학원출판공사, 1985에서 전재함) 

 

기도가 전염병을 낳게 해 줄까?


보카치오가 《데카메론》에서 증언하는 흑사병(1)


이탈리아 코로나19 사망자 하루만에 793명 급증…총 4천825명
송고시간 2020-03-22 02:39
전성훈 기자
누적 확진자는 5만3천578명…6천557명 증가, 하루 기준 최다

 

 

보카치오가 《데카메론》에서 증언하는 흑사병(1)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그리스도가 태어나신 지 1348년이 되었을 때, 이딸리아 제일의 도시 피렌체에 무서운 흑사병이 덮쳤습니다. 이 유행병은 천체의 작용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들 인간을 올바른 것으로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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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코로나19 사망자 하루만에 793명 급증…총 4천825명 | 연합뉴스

이탈리아 코로나19 사망자 하루만에 793명 급증…총 4천825명, 전성훈기자, 국제뉴스 (송고시간 2020-03-22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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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59명 나온 이탈리아 수녀원

 

코로나19 확진자 59명 나온 이탈리아 수녀원 |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 59명 나온 이탈리아 수녀원, 문정식기자, 국제뉴스 (송고시간 2020-03-2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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