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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복합유산을 둘러싼 오해, 자연유산이면서 문화유산일 수는 없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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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과 관련해 통용하는 상식으로 대표적인 오독誤讀 혹은 오해가 그 분류를 논하며 자연유산 natural heritage 과 문화유산 cultural heritage, 그리고 복합유산 mixed heritage 세 가지가 있다는 말인데 이건 이른바 문화재로 밥 먹고 산다는 자들도 대부분 이리 설명한다.

세계유산을 저리 세 카테고리로 나눈 원천은 내 기억에는 세계유산협약에 대한 일종의 실행 실무 지침서인 그 오퍼레이셔널 가이드라인즈 operational guidelines 인데 세계유산은 오직 자연유산과 문화유산 두 가지가 있을 뿐이며 이는 말할 것도 없이 그 생성과정에 인위人爲가 개입했느냐 하지 않았느냐를 절대 준거로 삼는다.

세계유산협약이 정확히는 세계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 convention concerning the protection of the world cultural and natural heritage 인 이유가 이에서 말미암는다.

보다시피 세계유산은 딱 두 종류밖에 없으며 둘은 애초 출발선도 완전히 달라 편의상 구분하면 자연유산은 환경하는 친구들, 특히 국립공원으로 빌어먹는 이가 득세하는 나와바리요 문화유산은 협의로서의 문화재(자연을 배제한 인위의 유산, 곧 진짜 문화재) 영역에 속한다.

그렇다면 복합유산은 무슨 개뼉다귄가?




모법(세계유산협약)에도 없는 개뼉다귀가 시건방지게 시행령(오페레이셔널 가이드라인즈)에서 끼어들어간 셈인데, 또 시행하고 보니 이게 편한 점도 있어 유네스코 자체서도 이런 식으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특정한 유산이 자연유산이면 자연유산이고 문화유산이면 문화유산일 뿐이지 어찌 이 둘을 동시에 탑재할 수 있겠는가?

특정한 유산을 복합유산이라 할 적에는 그것을 각기 자연유산과 문화유산 두 가지로 나눠 봐서 그렇다는 뜻일 뿐이며 서로에 대해서는 배타적이다.

예컨대 신흥사 권역을 포함한 설악산을 논한다 할 때 이것이 복합유산이라 함은 그것이 자연유산이면서 문화유산이란 뜻이 아니요 자연유산으로서의 설악산과 문화유산으로서의 설악산은 전연 달라 인위의 소산인 신흥사는 자연유산으로서의 설악산에서 배제된다.

더 간단히 말해 복합유산이 따로 있을 수는 없고 두 지역이 우연히 포개진 데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다.

한데 묘한 데가 문화유산이다. 문화는 말할 것도 없이 인간을 전제하지 않고선 성립할 수 없지만 그 인간은 자연을 떠나 존재할 수도 없다.

문화유산으로서의 신흥사라 하지만 그 신흥사는 설악산을 절대기반으로 삼는다. 곧 문화유산은 자연을 필연적으로 탑재한다.

이 구분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곧 순자식 논법을 빌리건대 명실名實의 문제다. 이름과 실질이 일치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동물이라 하고선 소나무를 들고, 식물이라 하고선 그 대표주자가 호랑이라는 헛소리랑 진배없다.

객설이 길어졌다. 애초 천연기념물을 논하기 위한 서두로 꺼낸 이야긴데 그만 길어졌고, 하지만 뇌까리고 보니 그런대로 볼 만은 해서 별도 에피소드로 독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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