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사전이라 하면 서구에서 유래하는 표제 항목을 세우고 그것을 정의하며 그 용례를 소개하는 그런 dictionary를 생각하기 십상이고,
또 동아시아에서도 이아爾雅라든가 설문해자說文解字, 혹은 옥편이니 강희자전이 다 그에 해당하지만,
문제는 동아시아 사전은 그 영역이 훨씬 더 다채롭고 방대하다는 특징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사전류 중에 류서類書라는 범주가 있다. 이 유서는 글자 그대로 분류식 백과사전을 말하는데, 이건 우리한테 익숙한 그런 사전과는 아주 달라서, 더 쉽게 말하면 키워드 분류식 사전이라 생각하면 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이라는 한의학서가 있다. 이를 대단한 것으로 자랑하고, 실제 그런 면모가 있음을 내가 부인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류서라는 사실을 아는 이가 드물다.
간단히 말해 동의보감은 사전이다. 주제를 정하고 그에 관련한 선대 문헌들이 언급한 것들을 추려내서 배열한 공구서다. 그 방대한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도 류서다.
이 유서를 알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 묻지 마라. 유서는 알아야 한다. 그래야 이른바 인문학을 안다 혹은 한다 자부할 수 있다. 이 유서도 모르면서 떠드는 일 나는 용납하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유서가 과연 무엇이며 그 구체 사례는 무엇이고, 그 특징은 무엇인가?
유서에 대한 모든 것을 일목요연하게, 것도 아주 간단 명료하게 정리한 단행본이 바로 저 중국유서개설中國類書槪說이다.
유엽추劉葉秋(1917~1988)라는 사람의 중국어 원서를 연세대 중어중문학과 김장환 교수가 번역한 것으로 도서출판 학고방에서 중국고전문학기본지식총서 넘버 7으로 2005년 8월 선보였다. 중국어 원전은 1978년 북경에서 나왔다.
색인까지 번역본 기준 136쪽에 지나지 아니해서 앉은 자리에서 두 시간이면 독파한다.
그 류서라는 개념을 이토록 간명하게 정리한 책을 만나기는 힘들다.
목차는 아래와 같이 다양하지만, 챕터 분량이 아주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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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서(유서·類書), 분류식 백과사전
목차
제1장 유서의 성질과 범위
제1절 분류된 자료의 집성
제2절 부문의 귀속과 분류
제3절 내용과 형식의 특징
제2장 유서의 기원과 발전
제1절 역대 주요 유서 개술
제2절 유서의 내용과 형식의 진전
제3장 유서의 체제와 효용
제1절 유서의 체제
제2절 유서의 효용
제4장 상용유서에 대한 간략한 소개
1. 당 우세남의 북당서초
2. 당 구양순 등의 예문류취
3. 당 서견 등의 초학기
4. 당 백거이와 송 공전의 백공육첩
5. 송 이방 등의 태평광기
6. 송 이방 등의 태평어람
7. 송 왕흠약 등의 책부완귀
8. 송 왕응린의 옥해
9. 명 해진의 영락대전
10. 명 유안기의 당류함
11. 청 장영 등의 연감류함
12. 청 장정옥 등의 자사정화
13. 청 장정석 등의 고금도서 집성
제5장 유서에 대한 검사
제1절 내용 숙지
제2절 병폐이해
옮긴이의 뒷말
인명 찾아보기
서명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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