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쯤 국립공원공단에서 북한산 국립공원 내 역사문화자원 현장조사에 동행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지난해 문화재52권에 실린 내 논문 <북한산 불교 석조미술 연구> 를 보고 연락을 했다고 했다.
겨우 논문 한 편으로 전문가로 자문을 요청한다기에 완곡히 거절하려 했는데, 북한산을 워낙 사랑하기도 하거니와 인수봉 마애불을 간다는 말에 냉큼 가겠다고 했다. 그간 장마철이라 오늘 일정을 걱정했는데, 어제보단 못하지만 그래도 날씨가 좋았다.
처음 찾은 곳은 인수야영장 근처 쓰러진 석불입상이다. 아마도 쓰러지면서 머리는 없어진듯 하고, 아래부분은 대좌에 꽂았던 촉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뒷면까지 옷주름을 신경써 조각한 것으로 보아 고려 초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최근 경주 남산 약수곡에서처럼 발굴해서 불두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인수봉 마애불은 2008년 처음 발견되었는데, 조각기법으로 볼 때 근대에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비지정문화재이고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어서 그간 등산객이나 관심있는 답사객들에게만 꽤 알려진 상태인듯 하다.
북한산 내에는 정말 많은 불교문화재가 있지만, 사실 인수봉 인근으로는 불교미술이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다. 아마도 이 마애불은 근대에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를 통해 다니던 사람들의 안녕과 무사함을 위해 새긴 것이 아닌가 한다. 선각마애불은 원형 광배와 불두만을 표현했는데 왼쪽 하단에 “彌勒”이라고 새겨져 있어 미륵불인 것으로 보인다.
마애불 자체도 중요하지만, 인수봉이라는 북한산의 상징 봉우리에 새겼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와 가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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