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과 탈북자를 보고 드는 생각을 써 본다.
1. 언젠가 북한의 역사를 유심히 보면 조선을 이해할 단초가 보인다는 이야기를 썼다.
북한에서 배급제가 무너지고 장마당 경제가 일어나는 과정은 아마도 조선 전기의 과전법 체제가 붕괴하고 시장경제의 맹아가 분출하기 시작하는 조선 후기의 상황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을 것이다.
북한의 경우 조선 못지 않은 폐쇄 경제이므로 지금 북한이 도달한 장마당 경제 수준이 조선시대 시장경제 모습을 상당히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을 것이라 본다.
농업에 기반하고 딱히 뭐 경쟁력 있는 산업이 없는 상태에서 바깥으로 문을 걸어 잠그고, 동맹 없이 고립되어 버리면 도달할 수 있는 "시장경제" 모습은 딱 지금 북한 정도가 최고점이라는 것이다.
조선후기에는 이 최고점에 거의 근사하게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최고점은 근대화에 필요한 임계점을 넘지 못할 정도였기 때문에 한국은 식민지화 길을 걷게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지금 북한 사회의 한계점도 명확하고, 미래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겠다.
2. 최근 탈북하여 정착한 분들 이야기가 온라인 상에 많아지면서 흥미로운 부분을 많이 보게 되었다. 몇 가지 써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남자보다 여자의 적응력이 매우 뛰어나다.
여자들의 경우 남한으로 온지 3-4년 지나면 적응이 빠른 경우, 남한 여성들과 구별이 안 될 정도다.
말도 빨리 바꾼다. 때문에 남한 현지민과 결혼하여 정착하는 일도 점점 늘고 있는 것 같다.
반면에 남자들의 경우는 10년이 다 되어도, 완전히 북한 분위기를 벗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말도 북한 말씨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고, 생각도 여자들보다는 많이 경직되어 있다.
여자들의 경우 남한 체제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동화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반해 남자들은 남한사회를 체제비판 시각에서 보는 경우가 아직도 상당히 많은 듯 하다.
단순히 인터넷에 노출된 사람들을 보고 느낀 생각이라, 물론 틀릴 수도 있겠다.
북한의 배급경제 붕괴, 장마당 경제의 보편화는 조선시대 과전법체제의 붕괴, 전국적인 장시의 발달 등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볼 수 있는 중요한 단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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