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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불경 번역, 한문을 바꾸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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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약칭 법화경法華經 그 서품序品 제일第一 원문은 아래와 같다. 


如是我聞。一時、佛住王舍城、耆闍崛山中,與大比丘眾萬二千人俱。皆是阿羅漢,諸漏已盡,無復煩惱,逮得己利,盡諸有結,心得自在。其名曰:阿若憍陳如、摩訶迦葉、優樓頻螺迦葉、伽耶迦葉、那提迦葉、舍利弗、大目犍連、摩訶迦旃延、阿冕樓馱、劫賓那、憍梵波提、離婆多、畢陵伽婆蹉、薄拘羅、摩訶拘絺羅、難陀、孫陀羅難陀、富樓那彌多羅尼子、須菩提、阿難、羅侯羅,如是眾所知識、大阿羅漢等。

 

Sanskrit manuscript of the Lotus Sūtra in South Turkestan Brahmi script.

 


이런 불경 번역은 종래 한문에서는 있지도 않은 새로운 장치를 개발했으니 


예컨대 佛住王舍城、耆闍崛山中이라 해서 굳이 中자를 집어 넣었으니 이는 틀림없이 그에 해당하는 팔리어 혹은 산스크리트어에서 그에 해당하는 말을 굳이 옮겨야 한다는 강박의 소산으로 나는 본다.  


與大比丘眾萬二千人俱 또한 분절하면 부처가 주재한 이 모임에 참여한 사람이 大比丘眾萬二千人임을 표시하고자 與로도 부족해 俱라는 동사를 가미했으니, 눈치챘는가? 

나는 산스크리트어 팔리어를 모르지만 이런 번역 문체를 보아도 그것이 흡사 지금의 영어 표현을 직역한 듯한 느낌이 있지 아니한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묘법연화경》 2권 변상도(1340년 고려(高麗)에서 간행)

 

心得自在를 보건데 이에서 특이하기 짝이 없는 대목이 "自在"이니 왜 이것이 종래의 한문과는 특이할 수밖에 없느냐 하면 得하는 객체가 되었다는 점이니, 자재는 글자 그대로는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라 그것이 서술어 특장이 농후함에도 번역과정에서 이 말을 따로 맹글어 낸 데서 한발 너 나아가 이를 명사로 전이했다.  


이런 불경의 번역 문체는 종국에는 한문 그 자체의 문법에도 변동을 일으켰으니, 이런 영향 관계 등등에 대해서는 실로 광범위한 분석이 필요하다.  


내가 팔리어 산스크리트어를 알았더라면 내가 했을 것이다. (2013.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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