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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비祕와 창彰, 《실록實錄》과 《보감寶鑑》의 갈림길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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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록은 당대에는 열람도 하지 못했다.

 

국조보감國朝寶鑑 수권 / 국조보감 어제 서문 國朝寶鑑御製序文
정조대왕 어제 서문 正祖大王御製序文

《실록(實錄)》과《보감(寶鑑)》은 모두 사서(史書)이다. 그러나 그 체재는 다르다. 크고 작은 사건과 득실 관계를 빠짐없이 기록하여 명산(名山)에다 보관해 둠으로써 이 세상이 다할 때까지 전하려는 것은《실록》이며, 훈모(訓謨)와 공렬(功烈) 중에서 큰 것을 취하여 특별히 게재해서 후세 사왕(嗣王)의 법으로 삼게 하려는 것은《보감》이다. 

 

《실록》은 비장성(祕藏性)이 있는데 반해《보감》은 저명성(著明性)이 있으며. 《실록》은 먼 훗날을 기약하는 데 반해 《보감》은 현재에 절실한 것이다. 이 둘은 모두 없어서는 안 될 것이지만 우(虞)·하(夏)·상(商)·주(周)의 사서(史書)를 공자가 100편으로 정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보감》이 더욱 근사한 점이 있다.


국가를 소유한 자는 모두《실록》을 갖고 있지만 《보감》의 경우는 우리 조정에만 있는 것으로 그 작업이 광묘(光廟) 때부터 시작되었다. 전대를 상고해 보았을 때 송(宋) 나라의《삼조보훈(三朝寶訓)》·《전법보록(傳法寶錄)》과 명(明) 나라의《조훈록(祖訓錄)》·《문화보훈(文華寶訓)》 등의 책 또한 선조를 선양하거나 후손에게 교훈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국조보감 서문. 어제御製라는 말을 신성성을 부각하고자 전서篆書로 썼다.

 

그러나 언동言動을 병기倂記하여 선조의 덕업까지 알게 하며 간략하면서도 빠뜨리지 않고 미더워서 증거로 삼을 만한 것으로는 우리나라의 《보감》 만한 것이 없으니, 대성인의 제작이 정말 훌륭하다고 하겠다.

ⓒ 한국고전번역원 | 조동영 (역) | 1996

 

實錄與寶鑑。皆史也而其軆不同。事巨細得失。無不筆。藏之名山。以竢天下萬世者。實錄是已。取其訓謨功烈之大者。特書而昭揭。爲後嗣王監法者。寶鑑是已。故實錄秘而寶鑑彰。實錄期乎遠而寶鑑切於今。是二者皆不可闕。而揆諸虞夏商周之史。夫子所刪百篇之旨。則寶鑑爲尤近之。然有國者。皆有實錄。而寶鑑則惟我朝有之。其作自光廟始也。攷之前代。如宋之三朝寶訓。傳法寶錄。皇明之祖訓錄文華寶訓之類。非不亦揚先而裕後也。若其幷記言動。兼該德業。約而不遺。信而可徵。未有若我朝之寶鑑大聖人制作。信乎其盡美矣。

ⓒ 한국고전번역원 | 1994~1996

 

***

 

같은 사서에 속하지만 실록과 보감 그 차이를 이처럼 명확하게 드러낸 지적은 없다. 정조에 의하면 실록은 비장성祕藏性, 곧, 훗날을 위해 갈무리하고는 봉인하고자 하는 데 견주어, 《보감》은 저명성著明性, 곧 밖으로 곧바로 드러내어 현재의 쓰임에 소용하고자 한다는 차이를 지적한다. 그에 대한 원문을 보면 實錄秘而寶鑑彰이라 했다. 실록은 신비롭게 하고자 秘하는데 견주어 보감은 현창한다 해서 彰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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