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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보세요.
훌훌 떠난 후 소식을 몰라 궁금합니다. 그간 안녕히 지내셨는지요. 할머니께서도 안녕하시고 큰아버지 큰어머니 께서도 안녕하신지요. 집안 식구들 두루 평안하시길 엎드려 빕니다.
저는 24일 오후 3시반 열차로 고향을 출발하여 무사히 조양진에 도착하였습니다. 이곳은 벌써 흰눈이 쌓이는데 조선의 몇 배나 춥습니다. 어서 빨리 성공하여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할말은 많지만 이만 줄입니다. 모두 건강히 지내시길 멀리서 기원합니다.
병하 올림
이 편지는 만주로 돈 벌러 떠난 아우가 고향의 형에게 보낸 안부편지다. 편지를 보낸이는 최병하, 발신지는 만주 봉길선 조양진 서대가 조일여관. 수신자는 조선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이포리에 거주하는 최병섭.
이 엽서는 만주제국 우정국에서 제작한 것으로 가격은 2전(?). 좌측 상단에 찍힌 소인에는 '6.11.27 봉천'이라고 나와 있다. 여기서 '6'은 만주국 연호인 '대동 6년', 즉 1937년을 말한다. 따라서 이 엽서는 1937년 11월 27일자로 봉천(현 심양)에서 보낸 것이다.
일제는 중국 대륙을 집어먹기 위해 1931년 9월 만주사변을 일으켰다. 이듬해 3월 청나라 왕족 푸이를 집정으로 내세워 만주제국을 세웠다.
당시 만주는 '동양의 서부' '기회의 땅'으로 불렸으며, 조선의 숱한 청년들이 만주행에 올랐다.
이 엽서 주인공 병하도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
정운현 형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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