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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뿌리찾기의 욕망, 육사의 경우

by 초야잠필 2023.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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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의 전신이 신흥무관학교냐 아니냐 하는 논란을 보고 있노라면, 

육사 뿌리 찾기의 논란은 단순히 정치적 함의도 있긴 하지만, 

80년대 이후 나라가 먹고 살 만하게 되면서 

사회 각지에서 뿌리찾기의 욕망이 분출되어 나온 것과도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이와 가장 비슷한 것이 바로 서울대와 연세대 의대 사이에 벌어진 제중원 논쟁이 있다. 

제중원이 서울대병원의 전신이냐 세브란스 병원의 전신이냐로 오랫동안 논란이 있었는데

현재는 어떤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양쪽 모두 제중원을 역사의 머리 꼭대기에 올려놓는 방식으로 끝이 난 것 아닌가 싶다. 

육사가 신흥무관학교의 후신이다 아니다 하는 논란도 사실 서울대병원이 제중원의 후신이다 아니다 하는 것과 매우 닮아 있는데,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긴 역사를 갖고 존경받을 만한 학교가 조상이라면 그걸 반대할 사람이 있겠는가? 

다만 제중원을 지금 존재하는 국내 어떤 병원의 조상으로 섬길 수가 있을 만큼 상황이 명확한 것인지, 사실 필자는 별로 자신이 없는데 육사의 경우도 이 점에 있어서는 유사하게 느껴진다. 

서울대와 세브란스 의대 사이의 제중원 논쟁도 지리할 정도로 많은 논란이 학계에서 진행되었고 그럼에도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는데 육사의 기원에 관해서는 과연 지금까지 어느 정도의 분석이 이루어졌을지 모르겠다. 

P.S.1) 신흥무관학교는 1920년대에 사라졌다가 해방 이후 20여년만에 원 설립자에 의해 서울에 재건되어 그 학교가 지금 경희대로 이어졌다. 따라서 경희대의 경우 비교적 신흥무관학교와 계승관계가 분명한 편이다. 이에 반해 육사의 경우 신흥무관학교와 어떤 식으로 연결 고리가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보 검색으로는 연결고리가 전혀 나오지 않는데 아시는 분은 댓글 달아 주시길. 

P.S.2) 서울의대와 대한제국 시대의 관립의학교와의 관계는 해방 후 국대안에서 경성제대 의학부와 함께 서울의대를 구성하는 경성의전을 통해서라도 어쨌건 근근히 연결되는데, 육사의 경우 신흥무관학교와는 어떤 방식으로도 직접 연결고리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사실이 맞다면 육사는 '신흥무관학교의 후신' 이라기 보다 '그 정신을 이어받겠다' 정도의 멘트가 적당한 상황 아닐까. 
 

제중원. 제중원 논쟁이 사실 육사의 기원 논쟁과 판박이이다. 특정기관의 기원 문제가 다른 영역에서 또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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