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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사람 약탈, 정복왕조가 사는 법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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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거란 최대 판도로 소개하는 지도. 이것도 문제가 많다. 특히 동북쪽은 문제투성이다. 저 정도 되지 못했다. 아무튼 순식간에 늘어난 국토는 무엇인가로 채워야 했다. 사람이 필요했더. 그래서 정복전에서 사람은 곧 금붙이보다 귀했다.

 
거란은 지금의 동아시아, 구체로는 지금의 중국 동북지역을 본거지로 삼는 유목 성향이 매우 강한 민족이다.

오랜기간 할거상태를 면치 못하던 이 諸 부족이 마침내 야율아보기라는 걸출한 지도자를 만나면서 통일왕조를 이룩하니, 통일왕조란 곧 유목생활 청산, 정주문화 돌입이라는 뜻이었다. 

거란은 정복왕조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내거니와, 왕조 초창기는 땅따먹기에 여념이 없어, 주변을 압도하는 군사력으로 제압하기 시작하면서 힘을 더욱 팽창한다. 

문제는 이 정복은 어느 시점에는 중단해야 하며, 이때부터 비로소 내실 다지기에 들어가는데, 이 내실을 어떤 방식으로 다지느냐였다. 

유목민족이라 하면 약탈을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그 약탈 대상이 무엇이냐는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걸 중요하게 고려한다 하지만 내 보기엔 제대로 접근한 적이 없다. 

그들한테 가장 중요한 약탈품은 금붙이도, 식량도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무엇을 위한 사람인가? 노예로 부리기 위한 약탈로 흔히 이해하나 천만에. 일부는 그리 썼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주군현州郡縣 만들기였다.

정복국가는 팽창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그 대외 팽창을 멈추고 내실 다지기에 들어가면 사람이 필요하다. 그 넓은 땅덩어리에 사람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사람을 채워야 한다. 그 넓은 땅을 노비로 채운다? 웃기는 소리다. 

그런 점에서 거란은 이 대외 팽창 방식을 실은 고스란히 보여주는데, 요사 지리지를 훑으면, 정복왕조가 살아가는 방식이 적나라하게 폭로된다. 

동서로 만리에 이른다는 그 넓은 국토를 채우고자 거란은 부단히도 사람을 잡아들인다. 남쪽으로 한족 왕조들을 정벌할 때마다 거란 국토에는 새로운 주군현이 몇 개씩 등장했다. 그 포로들을 일정한 크기로 나누어 사람이 필요한 데다 분산 배치하고서는 새로운 주군현을 만들어갔다. 

예서 가장 크게 희생된 데가 발해였다. 이 말갈 족속 기반 왕조는 멸망하면서 그 주축이라 할 만한 사람들은 모조리 포로 신세가 되어 거란 국토 곳곳에 안치되어 거란 신민으로 편제되어 갔다. 

이 전쟁에서 막대한 피해를 본 고려 또한 그런 희생양이 되곤 했다. 

그렇게 해서 거란은 끊임없이 내부를 채워나갔다.

이것이 결국 화근이 되어 순식간에 제국이 와해하는 빌미가 되기는 하지만, 일단 쪽수를 채워야 하는 정복국가 고민이 어떤지는 저 위대한 거란의 팽창을 역설로 읽어내면 어느 정도 접근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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