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립을 억압하는 국립
국립이 국립을 억압한다 함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다른 부처 국립박물관을 짓누른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국립이 공립을 탄압한다 함은 국가박물관이 지자체가 운영 주체인 공립박물관을 탄압한다는 뜻이며, 공립이 공립을 말살한다 함은 같은 지자체에서 공립이 다른 공립박물관을 억제 견제한다는 뜻이다.
무슨 말인가?
첫째 국립이 국립을 억압한다 함은 절대 근거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약칭 박물관미술관법 혹은 박미법)에서 비롯하는데,
이 법이 실은 박물관미술관 진흥이 아니라 그 억압법임은 당장 그 제5조의3(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 시행계획 등)을 보면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지방자치단체 장이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할 때는 시행계획에 따른 추진실적을 문체부장관에게 제출하고, 문체부 장관은 추진실적을 평가하여야 한다 하고,
다시 그 제5조의4(실태조사)에서는 문체부장관은 박물관미술관을 하려는 다른 부처 기관장과 지자체장에게는 필요한 자료 제출이나 의견 진술을 요청하도록 해서
실상 문화부 사전 허가제를 규정했으니, 간단히 말해 다른 부처나 지자체가 박물관은 만들려면 문체부 허가를 받도록 한 데서 비롯한다.
실제 동법 제11조(설립 협의)를 보면 중앙 행정기관 장이 소관 업무와 관련하여 국립 박물관이나 국립 미술관을 설립하려면 미리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나아가 동법 제10조(설립과 운영)는 특히 문제인데 국가를 대표하는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소속으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을 둔다 해서 그 위압성 폭압성은 조선총독부를 방불한다.
문체부 직영 국가박물관과 국가미술관에 대한 이 독점적 지위 보장이야말로 만악의 근원이다.
이 독점적 지위 보장은 국가박물관 여타 다른 국가박물관 혹은 공립박물관에 대한 지휘 감독까지 가능케 하는 발판을 마련한다.
나아가 동법 제12조의2(공립 박물관·공립 미술관의 설립타당성 사전평가)은 아예 지방자치단체장이 박물관미술관을 설립하려면 미리 그 설립운영계획을 문체부장관한테 설립타당성에 관한 사전평가를 받도록 하는가 하면,
동법 제8장은 평가와 지도감독 항목을 신설해 박물관미술관 운영 질적 수준 향상을 도모한다면서 등록 박물관 미술관은 3년 단위로 해당 박물관 미술관을 평가토록 했으니이에 의해 문체부장관은 인증을 취소하게까지 해 놨다.
결국 박물관미술관은 지들이 다해먹겠다는 심사다.
오로지 우리가 우리 권능으로 다 해먹을 생각이니 너희는 우리 발 앞에 엎드려야 한다는 의미다.
조선총독부도 조선인민에 대해 이 정도로 억압적이지는 않았다.
물론 문체부 어느 누구도 박물관 미술관에 관한 한 다른 부처나 지자체에 위협적이지도 않으며 그럴 수도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석에서는 다르고 무엇보다 다른 부처와 지자체가 느끼는 압박감은 상당히 다르다.
문체부 주변에서 그네가 사석에서 하는 말을 들으면 적어도 박물관에 관한 한 다른 정부기관 혹은 지자체에 대한 성토 일색이다.
개중에는 지들이 뭔데 박물관을 하려 하냐 하는가 하면, 지들이 박물관은 지으려고만 하지 제대로 운영할 생각은 안한다는 말도 많다.
그런 문체부를 향해 박물관을 하려는 다른 정부부처나 지자체는 문체부를 독립운동을 탄압하는 일본경찰 보듯 한다.
안 된다는 말만 하고, 지원해줄 생각도 없으면서 간섭만 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고 아우성이다.
실제 그렇다. 2018년인가 2019년을 고비로 문체부는 무분별한 박물관 증설을 억제하는 한편 내실 있는 박물관 운영과 국세 낭비를 줄인다는 이유를 들어 박물관 증설을 사실상 허가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기존 설립 허가해 운영 중인 박물관들에 대해서는 감시 체계를 강화하는 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에 의해 심지어 문체부와 같은 급인 다른 정부부처에서도 국립박물관을 추진하는 데 무지막지한 개고생을 하고 있다.
박물관 주무부처라는 명분을 앞세우고 관련 법령을 근거로 사사건건 문체부가 개입해 걸핏하면 실상 불허가를 때리는 일이 아주 있기 때문이다.
다른 정부부처가 이럴진댄 지자체는 사정이 어떻겠는가?
요새 박물관 신설하겠다고 했다가 단 번에 통과되는 일 없다. 요새 천지사방에서 빠꾸 맞고 있다.
물론 문체부 직접 관할인 사안도 있고 기재부 타당성 심사도 있지만, 둘은 결국 한 통속으로 굴러간다.
적어도 박물관 혹은 문화재 업무에 관한 한 문체부는 공공의 적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누구도 그렇다는 말을 하지 않으나, 박물관을 독점하려는 짙은 음모가 도사린다고 나는 본다.
곧 박물관은 우리 고유 업무인데 왜 너희가 우리 영역을 침범하려 하느냐는 견제 심리가 적지 않게 작동한다.
이 독점주의 정신이야말로 문체부를 공공의 적으로 만드는 제1 원흉이다. 내가 봐도 그렇다.
따라서 국립이 국립을 억압한다는 언설은 타당하다.
내가 말한 이 부분은 다른 정부부처, 혹은 지자체에서 박물관을 신설 증설하려는 사람들은 누구나 맞다고 박수를 칠 것이다.
*** previous article ***
문화재의 분권화는 곧 유물의 분권화다
'ESSAYS & MISCELLAN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 약탈, 정복왕조가 사는 법 (1) | 2024.03.03 |
---|---|
未央의 경우, 한대漢代 유물 vs. 한대에 해당하는 유물 (2) | 2024.03.02 |
언론자유라는 측면에서 본 한국사 (2) | 2024.03.01 |
문화재의 분권화는 곧 유물의 분권화다 (16) | 2024.03.01 |
고려와 광해군이 실리외교라는 낭설에 대하여 (18) | 2024.03.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