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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송동 공장 정문엔 살구 한 그루가 있어 이젠 제법 살구도 달 줄 안다.
불알 같은 살구가 주렁주렁
개중 절반은 이미 고공낙하 만유인력 법칙 준수하며 그루터기서 썩어가며 거름이 되기도 하니
이거야말로 콩깍지로 삶는 콩 아니겠는가?
살구는 그 독특한 맛이 유별난 것은 아니어서 제아무리 먹을 것 없는 그 시절에도 환장하리만치 달라든 과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개복숭아보다는 나아 그런대로 줏어먹기는 했다.
개복숭아 얘기 나온 김에 이것도 요새는 약이 된다 해서 모양 갖추기가 무섭게 훑어간다는 말을 얼마전 마미한테 전해듣기는 했다.
살구는 열매보단 꽃이다.
요샌 저이를 멀리하고 날마다 테스형 불러대는 훈아 나씨만 해도 누나 김지미 후려치던 젊은시절만 해도 살구꽃이 필 때 만나자던 순이를 불러댔다.
복사나 마찬가지로 살구는 그것이 흐드러지는 봄이야말로 싱숭생숭의 원천이다.
살구꽃 필 때 돌아오지 않는 순이가 살구 달릴 때 돌아올 리 만무하다.
설혹 돌아온대도 이미 내 사람은 아니다.
꽃이 가고 열매도 낙하해 쉬파리 모으다 궁극으로 사라지듯 내가 먼저 변한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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