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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불합리한 문화재보호법의 문화재분류체계(2) 일본산 직수입 문화재보호법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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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文化財라는 용어가 언제적에 쓰이기 시작했는지 내가 조사해 본 적은 있으나, 심각하거나 엄밀한 결론을 도출한 것은 없다. 다만 식민지시대에는 이미 쓰였음을 증명하는 자료가 많으니, 우리가 유의할 점은 현재 우리한테 익숙한 그것들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文化財'라는 말이 일반화하기 시작한 시점은 그 역사가 얼마되지 아니해서 1961년 1월 10일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된 일이 결정적인 발판을 마련했다고 보아도 대과가 없다.

이 문화재라는 말은 말할 것도 없이 근대기 이전, 그러니깐 조선시대와 그 이전에는 없다. 후대 문화재 개념에 포함되는 명승名勝 혹은 사우寺宇와 같은 말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들을 보호하고 관리해야 하는 문화재라는 개념 자체도 없었으니 말할 것도 없이 일본을 통해 번역된 말이다. 이 문화재라는 말은 같은 한자문화권이라 해도 중국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다.

대신 중국은 문물文物이란 말을 애용하는데 나중에 보게 되겠지만 이 말이 문화재 보다는 훨씬 낫다. 북한에서도 문화재란 말은 생소하다.

불국사가 문화재? 그런 개념도 없었다. 관야정이 이걸 문화재로 재발견하는 시점까지 방치 폐기된 이유다.


이는 일본에서 문화재라는 말이 탄생한 내력과 비교해 보면, 그 직수입품이라는 사실이 더욱 분명하거니와, 문화재라는 말이 본격화한 시기는 1950년 무렵이라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 참에 여러 모로 한국문화재 개념과 제도 정립 자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일본 문화재 보호 역사를 간략히 보건대
일본에서도 역시 근대 서구문명 세례를 받기 전에는 문화재라는 개념도 없었고, 문화재니깐 그걸 지켜야 한다는 발상 자체도 없었다. 그러기는커녕 후대 문화재의 핵심들로 자리잡는 미술품이니 불교조각들이 봉건 잔재라 해서 때려부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일본에서 훗날 문화재보호 시원은 메이지시대에 등장한다. 당시 한창 서구 따라잡기에 여념이 없던 일본은 근대화를 하려면 봉건잔재를 일소해야 한다 해서 폐불훼석廢佛毁釋을 단행했으니, 이 말은 말 그대로 부처를 폐기하고 석가모니를 때려 부순다는 뜻이라, 그리하여 졸라 때려부수었다.

그러다가 어랏? 유럽에 시찰단을 보내 보니, 그네들 조정이나 가문에 초대를 받아갔더니 그네들이 한창 때려부수고 있는 그런 고물딱지들을 "이게 말이요 우리 가문의 위대한 역사를 증언하는 유산이란 말이오" 하면서 자랑하는 게 아닌가?

이에서 놀란 일본정부가 어랏? 좃댔다 이게 아닌가벼 해서 뒤늦게 정신 차리고는 명치明治 4년, 1871년에 태정관太政官 명의로 고기구물보존방古器旧物保存方이라는 훈련 혹은 지침을 포고하게 되니, 이를 흔히 일본 문화재보호의 시발로 삼는다.

그러다가 명치 30년, 1897년에 고사사보존법古社寺保存法이라 해서, 사찰이나 신사 중에서도 역사성을 자랑한 것들을 보호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한 데 이어 소화昭和 4년, 1929년에는 고사사古社寺만이 아니라 민간 소유 고물들을 포함하는 국보보존법国宝保存法을 시행하는가 하면 소화 8년, 1933년에는 국보 말고도 미술 공예품이 해외로 반출되는 일을 막고자 중요미술품등의 보존에 관한 법률 重要美術品等の保存に関する法律을 제정시행하게 된다. 이와는 별도로 대정大正 8년, 1919년에는 사적명승천연기념물보존법史跡名勝天然紀念物保存法을 제정한다.

석조문화재? 고물이었다. 폐기해야 하는 고물딱지였다.



그러다가 전쟁 중과 전후에 상당한 문화재가 소실되거나 그럴 위험에 처하고, 특히 소화 24년, 1949년 법륭사法隆寺 금당벽화金堂壁画가 화재로 소실하자 이에 충격을 받고는 그 이듬해에 의원 입법 형태로 전쟁 전의 3개 관련 법률, 그러니깐 국보보존법과 중요미술품보존법, 그리고 사적명승법을 통합해 문화재보호법文化財保護法이 마침내 탄생하게 되니, 문화재라는 말은 이때 비로소 널리 쓰이게 된다.

가뜩이나 식민지시대 이래 간헐로 사용하기 시작한 문화재라는 말이 있던 터에, 이런 일본의 문화재보호법이 그대로 수입됨에 따라 한국 역시 그에서 촉발되어 실상 그 법조문까지 그대로 베껴오게 된다. 하긴 베껴왔다 하지만, 1961년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전까지 한국 문화재는 식민지시대 법률들을 실상 그대로 갖다 쓰는 중이었다.

문제는 무식한 왜놈들 용어와 그 개념을 줏대도 없이 그대로 수입하게 되면서 한국문화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혼란 착종을 빚게 되고, 그런 참상이 현재까지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하겠다.

무엇보다 문화재라는 개념과 그 실체가 전연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의 문화재보호법은 그 자체가 위헌이다!!!

어떤 점들에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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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문화재보호법의 문화재분류체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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