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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

서애가 얻은 송나라 동전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1.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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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애 류성룡(1542-1607)의 문집 <서애집>을 보면, 벼슬을 다 관두고 하회로 내려와 <징비록>을 짓던 1604년 어느 비 오는 날에 그가 겪은 일이 하나 기록되어 있다. 어떤 내용인지 한 번 살펴보자.

갑진년甲辰年 6월 12일, 비가 와서 강물이 불어나 양쪽 언덕과 엇비슷할 정도였다. 7월 6일에도 천둥이 치면서 비가 왔는데, 큰아이가 강 언덕 위에서 옛날 돈[古錢] 하나를 주워왔다. 글자가 반은 마멸되었는데, 자세히 보니 숭녕통보崇寧通寶란 넉 자가 있었다. 그것은 곧 송宋 나라 휘종徽宗 때의 물건이니 지금으로부터 500여 년 전의 것으로, 당시에 있었던 일만 가지 일들은 구름처럼 사라지고 연기처럼 없어져 버렸는데 뜻밖에 이 물건이 아직 남아있을 줄이야. 사람을 시켜서 닦고 손질하게 한 뒤에 보니, 마치 주나라 석고石鼓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짧지만 매우 흥미로운 글이다. 우선 하회마을에는 홍수가 난 적이 거의 없다지만, 서애 생존시에 거의 넘칠랑말랑할 정도로 강물이 불어난 적이 있었다. 또 안동에서 북송 말엽 동전이 발견되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숭녕통보'의 글씨는 송 휘종 친필이라, 중국 역대의 동전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조형미를 갖춘 것이라 한다. 이는 분명 고려시대 안동 지역 지배층이 갖고 있었음직한 물건인데, 어쩌다 낙동강 강둑에서 발견되었을지? 혹 하회 근처에 고려 향리 무덤이 있지나 않았을지 모를 일이다. 


어쨌거나 서애는 이 동전을 바라보며 500년 역사를 상기하고 감회에 젖었다. 충효당 유물 중에 이 '숭녕통보'가 남아있다면, 나도 한 번 그것을 바라보며 감히 고려시대 안동과 서애 류성룡이란 인물을 그려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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