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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특별하지 않은 박물관 이야기

서울을 보는 또 하나의 프레임

by 느린 산책자 2024.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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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를 간과했다. 몇 주에 걸쳐 올린 내 글에는 뭔가 모호한 점이 있었다는 것을. 

나는 ‘서울 사람이 누구일까’라고 화두를 던지며, 서울 사람이 누구인지를 생각해 봐야 서울의 특수성을 잘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썼다. 그러나 글을 올리고 난 이후, K 단장님께 받은 카톡과 글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내가 명확하게 나누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서울 사람으로 생각하는 기준’과 ‘실제 서울에 살고 있으나 심리적으로 소속감을 느끼는지 여부’를 구분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서울 사람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지만, 이 둘을 어떻게 보아야할지도 고민하지 않았다. 

서울을 바라보는 방법

전에도 쓴 내용이지만, 서울을 보려면 서울을 구성하는 요소 중, 사람을 봐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도시란 비어있는 땅이 아닌, 사람이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도시는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다. 도시 내에서 혹은 도시 밖에서 도시를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이 있어야만 한다. 그것은 도시의 성격을 만드는 큰 요소 중 하나다.

도시의 주된 산업은 도시의 수식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모 도시하면 떠올리는 자동차 공장이라든지 하는 것이다. 그러나 도시를 이루는 공간은 그곳에 사는 사람에 의해서 특성이 발현되기도 한다. 

서울이라는 대도시는 수도답게, 한국의 어느 곳보다도 복잡다양하다. 그만큼 서울을 바라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다. 그러나 나는 이런 면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서울을 보는 방법에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넣자고. 

그리고 하나 더 말하자면, 굳이 ‘서울에 오래 산 서울 사람’만을 넣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서울에 사는 사람뿐 아니라, 서울에서 생활하는 사람까지도 포함해야 한다. 

# 서울에서 사는 적을 두고 있는 사람보다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의 수는 훨씬 많다. 서울의 성격은 이들에 의해서도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고향이 서울인 사람
지난번 댓글을 보면 대체로는 서울에 오래 거주한 사람을 서울 사람으로 보는 것 같다. 아무래도 고향이라고 한다면 소속감은 당연히 따라올 지도 모른다. 하긴 나도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는 생활을 했지만 서울에서 반을 넘게 살아왔다.

‘어디가 고향인가요?’라고 물으면, 나의 고향은 어디일까 고민은 되었지만 서울이 아닌 곳을 내 고향으로 여겨본 적은 없었다. 

나의 정체성이 담긴 곳을 골라보라 한다면, 나는 연희동을 꼽을 것이다. 제일 오랜 기간 살았던 곳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떠나 이곳이 나의 삶에서 가장 각인한 곳인 모양이다.

조용한 단독주택 단지, 조금 걸어가면 나오는 시민아파트, 조금 더 걸어가면 나오는 홍대 골목. 그래서인지 단독 주택이 잇닿은 골목길을 보면 자연스럽게 연희동에서 산 그때를 떠올리게 된다. 

부모가 서울에 산 사람을 서울 사람으로 봐야 한다는 댓글도 있었다. 그렇게 치면 나는 서울 사람이긴 하다. 그런데 우리 부모님은 서울 사람이라고 본인을 생각할까.

내 가족 일부는 피난민 출신이다. 아버지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고모는 이북에서 태어나 생활하시다가 남으로 내려오셨다. 한 번도 이 주제를 갖고 이야기해 본 적은 없지만, 아버지는 그쪽 출신이라는 것을 늘 생각하고 계신 듯했다. 그렇지만 이런 의식은 아버지의 자식대인 나나 고모의 딸이나 아들에게는 희미한 것일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 집 이야기는 굳이 카테고리를 붙인다면, ‘이북에서 서울에 내려온 2세대와 3세대’ 정도가 될 것이다. 이처럼 안을 들여다 보면 서울을 고향으로 두어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서울 이야기의 챕터를 구성한다면

어느 평범한 사람의 일상을 호기심으로만 바라보려는 것이 아니다. 공문서나 책, 신문에서 찾을 수 없는 서울 이야기를 개인의 이야기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개인마다 많은 이야기가 있을 테지만, 결국 개인의 이야기는 그룹핑되어 어느 인물군들을 대변할 것이고 이 이야기가 서울 인구의 다수를 차지한다면 서울 이야기 중 한 챕터가 될 수 있다.

이 챕터에는 서울 토박이들의 이야기나 혹은 서울에서 2세대 정도가 산 집의 이야기가 포함될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챕터에는 이 사람들의 이야기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처음에 언급했던 후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실제 서울에 살고 있으나 심리적으로 소속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은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겠지만, 아마 고향은 서울이 아니나 서울에 정착하게 된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무엇이 이들을 서울로 오게 하였는지, 왜 떠나지 않았는지-여기에는 당연히 직업도 있겠지만 다른 여러 가지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주로 어디에서 사는지 등. 더 나아가 최종적으로는 이 사람들이 느끼는 ‘낯선 서울’은 어떤 곳일까. 

한편으로 서울에 살지 않지만, 서울에서 대부분의 생활을 보내는 사람들도 서울 이야기의 한 챕터에 넣을 수 있다. 서울에서 어떤 일을 하면서 생활하는지, 이들이 주로 모인 곳은 어떤 성격을 지니는지 등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마무리를 어찌 해볼까. 서울에 오래 산 사람들 이외에도 여러 갈래의 사람들도 '서울 사람의 이야기'에 편입시켜 주길 바라며, 매우 당연한 이야기를 길게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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