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유행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는 ‘해방’과 ‘추앙’이라는, 강렬한 단어를 우리에게 남겼다.
사람 입에 오르내린 추앙이라는 단어를 들으며, 나는 이 단어가 일상생활에서 쓰인 적이 있었던가 하고 몇 번이나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일종의 밈처럼 드라마 속 구씨의 말을 인용하곤 했다.
경기도민의 마음을 대변한 그것, 계란 노른자와 흰자
드라마가 나온 지 벌써 몇 년이 지나서 두 단어가 기억 속에 희미해져가지만, 그럼에도 이 드라마는 여전히 최근 뉴스에서 언급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그 이유는 ‘서울의 바깥, 경기도에 사는 사람’의 마음을 잘 그려냈기 때문일 것이다.
경기도도 서울로 편입될 수 있다는, 이른바 메가시티 서울의 그림을 연일 정치권에서 쏟아내면서 이 드라마를 예시로 드니 말이다.
드라마 속 삼남매는 경기도 끝에 살면서 서울로 왕복 4시간씩 출퇴근 한다. 하루 몇 분의 일을 거리에서 버리는 탓에, 약속을 잡는 일도 쉽지 않다.
이런 설정 속에서 드라마에서는 경기도를 이렇게 표현했다.
“경기도는 계란 흰자 같대. 서울을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
이 대사를 두고 경기도민 반응은 그동안 숨겨온 마음을 들킨 느낌이라는 것이 대다수였다. 계란 노른자와 흰자의 관계가 적절하다 느꼈는지, 이 표현은 2023년 11월의 기사에도 심지어 올해 1월 5일 기사에도 나왔으니 앞으로도 애용되는 비유가 될 것 같다.
그런데 ‘경기’라는 단어를 생각해보면, 계란의 비유는 새로운 것만은 아니다. 경기는 ‘서울(경)’과 수도의 주변을 뜻하는 ‘경기(기)’가 합해진 단어이기 때문이다. 이름 자체에서부터 서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경기도의 끝과 서울의 끝, 이곳들은 어디로 보아야 할까
어쨌거나 경기도는 엄청나게 큰 곳이니 여러 이미지로 떠올려질 수 있겠지만, 요즘의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는 ‘서울의 바깥’인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궁금했다.
서울의 바로 경계인 과천이라든지 부천, 또는 서울의 끝인 도봉구 이런 곳들의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곳을 어떻게 생각할까.
앞서 지도 이야기를 했지만, 경기도든 서울이든 경계는 정해져 있다. 법으로 정한 행정구역으로 말이다.
도로만 건너면 경기도가 될 수도 있고 서울이 될 수도 있는 곳을 지도상의 범위로 나누어 볼 수 있을까?
나의 공간과 장소 읽기
심상 지리, 심상 공간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마다 바라보는 자신의 공간, 즉 각자의 장소가 다르기에 공적 지리개념과 대비하여 ‘심상 지리’라 한다.
우리가 보고자 하는 서울은,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궁금한 서울은 이쪽에 더 가깝다. 서울을 서울로 볼 수 있는 것은 ‘관계’에 의한 것이다. 서울과 타 지역이든, 서울의 안으로 들어와서는 a라는 동과 다수의 동과의 관계라던가.
그래서 서울을 제대로 보려면 서울 바깥 지역도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의 전시도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만 해보았다.
솔직히 잘 모르면서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요즘의 어린이들은 나중에 나보다 이런 부분을 잘 알 것 같다. ‘지도 읽기’에 대해 학습하고 있으니 말이다.
요즘 초등학교 교과 과정에는 ‘지도 읽기’가 있다. 처음에는 ‘우리 고장에 대해 알기’부터 시작한다.
내가 생각하는 우리 동네의 지도를 그린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공적 지리개념인 지도를 통해 지도 읽는 방법과 우리 고장의 실제 모습을 배운다. 이를 통해서 공간과 장소의 개념에 대해 익힌다.
이런 훈련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장소’를 생각해보게 되지 않을까. 갑자기 어린이들이 부러워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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