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발견 혹은 그와의 접촉

이 점에서 나는 한반도 역사를 통괄하건대 몇 차례 획기를 주목한다. 

첫째 신라에 의한 일통삼한기 무렵이며, 둘째 몽고 간섭기이며, 셋째 식민지시대이며, 넷째 박정희 시대다. 

첫째 신라에 의한 일통삼한 전쟁은 한반도가 세계와의 진정한 첫 접촉이라고 나는 본다. 이에서 신라가 맞붙은 중국 당은 세계 제국이었다는 단순한 사실 외에 그 내막을 들여다 보면 한반도를 휘젖고 다닌 소정방이니 설인귀니 유인궤니 하는 자들은 지구 절반을 전전한 자들이다. 

그들의 지휘 아래 십만 혹은 수만에 달하는 당인唐人이 한반도 곳곳을 장기간 휘젓고 다녔으니, 이를 통해 나는 한반도는 세계를 보는 창을 넓혔다고 본다. 

유인원기공비. 국립부여박물관

둘째, 몽고간섭기는 그야말로 한반도의 지구촌 편입이었다. 그들의 무대는 개경이 아니라 북경이었으며, 북경은 세계의 수도였으니, 달에서 보면 지구의 모든 재화가 북경으로 빨아들던 시절이었다. 이 시절을 부끄러운 역사로 바라보는 관점이 압도적이나, 이는 20세기, 21세기 대한민국 민족주의 내셔널리즘이 바라보는 시각에 지나지 않는다. 

이 무렵 세계를 발견한 일부 고려인은 한반도를 박차고 중국으로 건너가, 연경을 활보했는가 하면, 무슬림이 되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기간 어떤 고려왕은 고려가 싫다면서, 세계 수도 북경을 무대로 그 정치 무대 깊이 개입해 원 황제를 옹립한 일원이 되어 권력을 농단하기도 했다. 

몽골 치하 원나라로 건너가서 다루가치(達魯花赤)가 되고 이슬람교도(회교도)가 된 고려인 라마단(剌馬丹) 묘비. 중국 광둥성(廣東省) 광저우(廣州) 구시가지 광성로(光塔路) 소재 이슬람사원 회성사(懷聖寺) 소장.

공녀가 부끄럽다 하지만, 그리하여 고려 땅에서는 별볼일 없던 개중 어떤 이는 벼락출세를 거듭해 누구도 넘보기 힘든 권력의 정점에 섰으니, 이는 한반도가 세계에 대해 문을 닫은 시기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 저 시대야말로 한반도 역사가 용솟음한 시기였다. 

세번째 식민지시대는 내가 항용 말하거니와, 우리 자신을 제국주의의 피해자로 보는 시각을 교정해야 역사가 보인다고 나는 믿는다. 대일본 제국 내에서 조선은 이른바 일본열도 일본인을 중심으로 하는 내지內地에 견주어 2등 신민으로 차별받은 점은 부인할 수 없으나, 당당히 대일본제국의 일원으로 그 외부 세계에 대해서는 우리 역시 제국주의의 당당한 가해자이기도 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나는 본다. 

그것이 세계제국인 까닭에 조선인 주무대는 단군 이래 가장 넓어 만주가 안방이요 남태평양이 제주도 같은 시대였다. 간도는 안마당이었고, 만주는 여행지였으며, 남방군도는 전선이었다. 

북간도 출신 목사이자 저명한 사회운동가 문익환

박정희시대는 대한민국이라는 국민국가 건설시대라, 이를 향한 움직임은 그야말로 피눈물이었으니, 중동 건설과 독일 탄광과 병원으로서의 진출, 베트남전 참전은 세계의 발견이었다. 똥딱이를 비데라는 물세척으로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비로소 월남에서 알았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

요컨대 민족 혹은 네이션nation이라는 장막을 걷어내고 한반도 역사를 새판으로 짜야 한다고 나는 본다. 

*** 이상은 March 23, 2016 페이스북 포스팅을 약간 손질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