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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연구소와 학계가 월성의 운명을 좌우한다? 무슨 근거로?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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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 5년차 신라 월성, 새로운 과제는 '정비'


그제 경주 월성 발굴성과를 현장 취재한 우리 공장 관련 후속 박스 기사이어니와, 그 말미에는 최병현 숭실대 명예교수의 간단한 멘트가 붙었으니, 전후맥락 다 짤라버리고 개중에 


"최종 정비 계획은 조사가 종료될 무렵 연구소와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는 대목이 있다. 나는 비단 월성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문화재현장에서 광범위하게, 그리고 당연하게 나타나는 이 인식을 이제는 때려부수어야 한다고 본다. 


월성 전경.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이 경주 월성만 해도, 박근혜 정부시절 무리하게 밀어붙인 사업이라, 신라왕경복원사업 일환이었음을 다시금 상기하고자 하거니와, 이를 위해 이럴 때 언제나 문화재청은 자문단을 구성하게 되거니와, 이 자문단에 나 역시 초창기에 포함되었다. 


각설하고, 비단 문화재행정만이 아니라 모든 행정에서 저런 인식이 나타나거니와, 그리하여 문화재청과 학계가, 혹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학계가 하는 따위의 오도한 행정이 곳곳에 독버섯처럼 번져있다. 


연구와 행정은 다르다. 그렇다 해서 내가 둘을 항상 배반하는 상반의 규율로 정의하고 싶은 생각은 없거니와, 상호보완적일 수 있음을 내가 모르는 바 아니어니와, 월성 조사정비 계획에 무슨 학계가 왜 끼어든단 말인가?


저런 인식이 대한민국 행정 전반에 침투했으니, 바로 저에서 교수가 대표하는 이른바 대학사회가 국가행정에 광범위하게 끼어들어 감내놔라 배내놔라 하는 꼴로 빚어진다. 그리하여 문화재행정에는 언제나 고고학회니 하는 단체 혹은 몇몇 개별연구자가 언제나 약방 감초처럼 등장해서, 행정을 훈시하는 작태가 벌어진다. 


월성 조사 정비만 해도 그래 연구소와 학계가 머리를 맞댈 일이라 한들, 그것이 하필 왜 학계이리오? 나는 학계가 이런 일에 끼어들어서도 안된다 보거니와, 그래 찡가준다한들, 그것은 언제까지나 그 찡가주는 전체의 일부에 지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어찌하여 모름지기 학계여야 하리오? 


덧붙이건대 저에서 말하는 학계가 정비계획을 어찌 짠단 말인가? 지들이 정비가 뭔줄을 알기나 한단 말인가? 막상 정비 계획을 짜라면 단 하나도 하지 못하는 자들이다. 


월성 해자.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한데 더 한심한 대목은 저런 인식이 문화재행정 당국에서도 실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모든 문화재행정에 학계가 끼어드는 참사가 빚어진다. 이른바 교수라는 집단 혹은 개인이 사사건건 문화재현장에 나타나 자문 혹은 운영위원이라는 이름으로 자문을 하는 작태가 벌어진다. 


더 한심한 대목은 그 나물에 그 밥이라, 자문한다는 자들을 보면 매양 그놈이 그놈이라는 점이다. 카르텔은 이렇게 형성된다. 


학계는 학계요 행정은 행정이다. 그 나와바리는 엄연히 따로 있다. 애들 교육하고 지 연구하기에 바빠야 할 사람들이 무슨 시간이 남아돈다고 현장을 기웃거린단 말인가?   


월성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에 설혹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들, 그것이 왜 학계여야만 한다는 말인가?  


문화재를 하는 행정 역시 고고학을 하는 일이 그렇듯이, 그것을 하는 주체는 매우 다양하다. 그 다양한 주체들을 다 제끼고 꼭 학계란 말인가? 


정비는 정비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할 일이지, 그와는 하등 관계가 없고, 정비의 정자도 모르는 자들이 할 일이 아니다. 저에서 말하는 학계 누가 정비의 전문가란 말인가? 


저들을 업자라 해서 폄훼하는 일이 다반사이긴 하더만, 그들의 실무 행정 그 어디에서도 내가 보는 한 소위 학계보다 낫더라. 


이제 나도 이골이 난 문화재 현장을 보니, 그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는 정비를 하는 사람들이 돈만 밝히는 업자들인 까닭도 아니요, 이른바 학계의 말을 안들어쳐먹서도 아니다. 


내가 보니 정비가 개판인 이유는 하도 말이 안 되는 요구가 학계에서 해대서다. 간섭을 정비업자들이 반영 제대로 안 해서가 아니라, 얼토당토 않은 간섭, 현실과는 전연 동떨어진 간섭을 무지막지하게 해대기 때문이다. 


너희는 고고학을 모르니 고고학을 아는 우리의 지시와 훈도를 받아야 한다는 밑도끝도 없는 자만이 문화재 현장을 망치는 주범이더라. 


학계는 너희가 해야 할 본분의 일이나 제대로 해라. 지 할 일도 제대로 안 하는 놈들이 남의 현장 와서 무슨 훈수가 그리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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