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SSAYS & MISCELLANIES

기회의 균등과 공무원, 특히 학예직의 꿈

by taeshik.kim 2019. 3. 27.
반응형

*** 이하는 March 27, 2017 글이어니와 전재한다.  


그제 문화재 전문기자를 희망한다는 어느 청년의 편지를 받았다. 나한테 방법을 묻는데 답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게을러서겠지만, 글쎄 어찌해야 할지를 나 역시 갈피잡지 못하는 까닭이다. 그에서 이 스무살 난 청년이 묻기를 "문화재 전문기자를 하려면 사학과를 나와야 하느냐"고 한다. 다른 거창한 것 몰라도, 이에 대해서만은 격발하는 바가 없지 않아, 늘상 하는 말로써 다시금 저 논제와 관련해 평소 이곳저곳에서 뇌까린 내 생각들을 정리해 몇 마디 보태어 재방송하고자 한다. 


우리는 은연중 과거제는 전근대 유산이요, 그러면서 그 대안으로 추천제가 선진 모델이 되는양 생각하는 경향이 다대하다. 

이는 결국 봉건제와 중앙집권제를 둘러싼 쟁투와도 같아, 각기 장단점이 있다는 사실을 먼저 적기해 두고자 한다.


서울중앙지법


입시제도..나도 이제 아들놈이 고등학생이라, 학력고사 구세대 출신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대학 들어가는 방법이 수백가지라는 현행 입시제도가 과연 종래의 학력고사에 견주어 어떤 특장이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 


사시니 행시니 하는 고시제도 역시 존폐 일로에 서 있거니와 조만간 폐지될 것이 뻔한 듯하다. 한데 이런 과거제를 대체하는 대안이란 것들을 볼짝시면 요컨대 추천제와 전공제다. 


이제는 판검사 혹은 변호사는 로스쿨이라는 담벼락을 통과하지 않으면 아주 그것이 되고자 하는 욕망 자체도 단절해 버렸다. 한데 추천제는 그 패악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서 이미 그 적폐가 곳곳에서 드러났듯이 있는 놈 자식만이 기회를 독점한다. 전공제라는 것도 그 장단점이 있어, 그 패악 중 최대는 기회를 단절한다는 점이다. 에랏, 로스쿨 나오지 않으면 판검사 변호사도 될 수 없다니 더럽다.


대한변호사협회



이게 문화재판에도 영향을 미쳐, 학예직 선발을 보면 웃기는 짜장이라, 관련 대학 학과를 나오지 않으면 아주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사학과니 고고학과니 미술사학과 나오지 않으면 학예사 될 기회조차 없다. 모집 요강 보면 다 그렇다. 


더 나아가 요새는 석박사를 요청하기도 한다. 에랏, 사학과 나오고 석박사 있으면 문화재 더 잘 알아? 사학과 고고학과 나오고 거기 다니는 친구들한테 미안하지만 너희가 영문학과 나온 나보다 문화재 더 잘 안다 생각한 적 없다. 


너희가 나보다 한문 잘해? 물론 잘하는 사람 있기는 하겠지만, 그것이 어찌 관련 학과를 나와서겠으며, 내가 너희보다 한문을 좀 잘 아는 이유가 어찌 영문학과를 나와서겠는가? 너희가 나보다 영어 잘해? 물론 잘하는 사람 더러 있겠지만, 그것이 관련 학과랑 무슨 관계리오? 


김제 벽골제 초낭 발굴현장. 이러다 발굴 현장 인부까지 학력 전공을 요구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내가 저 추천제와 전공제가 왜 도입되었는지 그 취지를 이해못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그 취지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그것이 되고자 하는 기회까지 원천에서 박탈해서는 안 된다. 


학예사? 대학 안 나오면 아주 될 꿈조차 못 꾸게 만들어놨다. 대학 나와야 해? 그것도 관련 학과 나와야 해? 초등학교 나오면 안되?


숨통은 터 줘야지 않겠는가?


딴데는 내가 모른다. 학예사는 전공 대학 필수는 내가 폐지하고자 한다. 필요하다면 소송도 불사한다. 소송 함 해보니깐 암것도 아니더라. 


*** 붙임

저런 전공 중심, 학위 중심 생각들이 문화재 현장에도 곳곳에 침투해 근자 기어이 초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다. 이른바 문화재조사원 자격기준이라는 요물이 그것인데, 아주 웃기는 짬뽕들이다. 


당장 써먹기 상대적으로 편안하다 해서, 관련 전공 관련 학위 소지자들에게 특혜를 주고자 하나, 미안하나, 그런 특혜가 어찌 그가 관련 전공을 해서, 관련 학위를 소지해서리오? 전공 학위와는 하등 관계없다. 오직 내가 그것을 하고 싶다는 열정만이 중요할 뿐이다. 


당장 써먹기 좋아서? 이 말도 웃기는 짬뽕이라, 키워서 쓰면 되는 것이고, 이 당장 써먹기가 어찌하여 반드시 관련 학과 전공이어야 하리오? 내 보기에는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앞서 말한 열정 페이이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력 전공과 관계없이 실무 경험이더라. 


지금 대학, 그리고 관련 학과에서 가르친 내용이 과연 우리네 문화재현장에서 어느 만큼 도움이 된다던가? 암짝에도 도움되지 아니한다. 토기 쪼가리 실측할 수 있다 해서 그게 무에 도움이 되리오? 살점 다 발라내고 개한테 던져주는 뼉다귀에 지나지 않는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