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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종이 낡은 세숫대야를 깨뜨렸기에
[女奚破盥面老瓦盆〕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1587~1671)
대야 깼다고 어린 여종 혼내지 마라
객지에서 괜히 사서 고생만 시켰으니
산가의 별난 일을 하늘이 가르쳐 주려나 봐
지금부턴 앞 시내 나가 얼굴을 씻으라고
莫爲破匜嗔小鬟
客居買取任他艱
山家奇事天敎我
從此前溪抔洗顔
(《고산유고孤山遺稿)》 제1권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2011)
이 시는 정사년(1617), 고산이 함경도 종성 땅에서 유배생활하던 시절에 지었다. 시로 볼 적에 어린 여종이 서울에서부터 고산을 수행해 생활 전반을 수발했음을 엿본다.
그런 신세를 알기에 대야 깼다 해서 여종을 혼낼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 여종이 해야 하는 일과 중 하나가 물을 받은 세숫대야 대령이 있었으니, 그 대야는 노와분老瓦盆이라 했으니, 사용한 지 꽤 지난 질그릇이었음을 본다.
이런 시는 거꾸로 읽어야 한다.
무엇보다 세숫대야 깨뜨린 몸종은 열라 혼내거나 팼다는 전통을 읽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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