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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될 줄 모른 건 아니로대 막상 그리 되고 보니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자괴감이 없을 수는 없다.
예고한 대로, 또 나 자신한테 약속한 대로 이번 여행은 폼페이 빼고선 특별한 목적지가 없는 휴식 여행이었다.
32년에 걸친 직장 생활을 청산한 마당에 나한테 이런 선물 정도는 있어야겠다 생각해서 결행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 다가 해당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나 역시 휴식하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했다.
그러니 아무 하릴없이 하루를 늘어지게 잔다는 것도 나 자신이 용서할 수 없어 이제 막바지를 치닫는 이번 한달간 여행에서 단 하루도 어딘가를 찾아 떠나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를 쉰다는 게 억울해서였다. 뭔가 손해본단 생각이 치밀어 오른 때문이었다.
그래서 박물관 미술관 기타 문화재현장이라 할 만한 곳들을 똥침 맞아 방방 뛰는양 쫓아 다녔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인 내일도 두 군데나 예약을 걸어놨다.
꼭 이래야 하는가 싶기도 하면서 이것 아니면 내가 할 일이 없기에, 또 그런 나를 용서할 수 없기에 쏘다닌다 해둔다.
슬렁슬렁은 온데간데 없고 뜀박질만 남았더라.
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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