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미술시간에 조우한 서양화가 중에서 유독 모딜리아니가 기억에 남는데 이 양반 그린 인물은 일부러 그랬을 텐데 유난히 목이 길었다.
이후 길쭉한 것만 만나면 모딜리아니 모딜리아니 했으니 내가 유별나게 그에게 혹닉했기 때문이겠는가? 저런 어린시절 기억이 다 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저 길쭉이 모티브를 어디에서 영감받은 것일까가 못내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걸 따로 궁구할 이유는 없이 덮어놓고 지나가고 말았다.
오늘 일정에 오랑주리가 추가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몽마르트서 하도 실망하고는 뚜벅뚜벅 걸어내려오다가 이전엔 찾지 않은 데를 가자 해서 고른 데가 오랑주리였으니 말이다.
예약을 하지 않은 게 패착이었으니 밖에서 오돌오돌 떨면서 입장순서를 기다리는데 비름빡에 모딜리아니 특별전 포스터가 보인다.
오랑주리는 명성과는 달리 규모는 코딱지라 나같은 후다닥 관람주의자한테는 딱 안성맞춤하는 미술관이다.
후다닥 먼저 모딜리아니 전시실을 쳐들어갔으니 보니 아마도 박물관 자체 소장품으로만 꾸민 전시 아닌가 싶다.
보니 작가노트란 것들도 보이며 모딜리아니 하면 상징하는 초상화가 압도적 다수였고 이건 몰랐는데 한때는 조각도 심취한 모양이라 그와 관련한 작품도 보인다.
이 전시를 돌아보며 옛날에 품은 의문을 비로소 풀었으니 키워드는 아프리카미술이었다.
그는 아프리카미술에 심취한 듯 그 조각에 주로 보이는 길쭉이 모티브와 도형 같은 인물 혹은 신상 조각품에서 영감받아서는 우리가 아는 모딜리아니 미술을 창조했다.
아프리카미술 얘기가 나왔으니 망정이지 그 특징은 21세기 헐리우드영화랑 직접 접목한다. 어벤져스 시리즈를 비롯한 이른바 마블시리즈 등장인물을 보면 흡사 아프리카예술품을 보는 듯하다.
그들이 어찌하여 이런 예술세계를 구축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른바 선사 혹은 원시사회일수록 저런 특징은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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