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 시간을 지배하면 이 꼴이 벌어진다》책력 이야기
남송대南宋代 사람 주자지周紫芝(1082~1155)라는 사람이 쓴 《죽파시화竹坡詩話》라는 데 나오는 이야기다.
근래 조정에 (안 좋은) 일이 많아 군현郡縣에서 달력을 반포하지 않으니 지방마다 날짜가 같지 않았다. 주희진朱希真이 광중廣中으로 피신하고는 《소진행小盡行》이라는 시 한 편을 지었는데, 그에서 읊기를
藤州三月作小盡, 등주에선 3월을 작은달로 삼고
梧州三月作大盡。 오주에선 3월을 큰달로 여기네
哀哉官曆今不頒, 슬프다, 관에서 달력을 반포하지 않은 지금
憶昔昇平淚成陣。 지난 승평 시절 떠올리니 눈물 쏟아지네
我今何異桃源人, 내가 지금 도화원 사람과 무엇이 다를꼬
落葉為秋花作春。 잎이 지면 가을이요 꽃피면 봄이네
但恨未能與世隔, 인간세계와 떨어지지 못해 아쉬울 뿐
時聞喪亂空傷神。 이따금 난리 소식에 부질없이 심란하네
라고 했으니, 이것이 “산중엔 달력이 없어 추위가 끝나도 해를 알지 못하네”라는 말과 차이가 없을 것이다.
頃歲朝廷多事,郡縣不頒曆,所至晦朔不同。朱希真避地廣中,作《小盡行》一詩雲:「藤州三月作小盡,梧州三月作大盡。哀哉官曆今不頒,憶昔昇平淚成陣。我今何異桃源人,落葉為秋花作春。但恨未能與世隔,時聞喪亂空傷神。」與夫「山中無曆日,寒盡不知年」,無間然矣。
*** 원문에 보이는 회삭晦朔은 그믐과 초하루라는 뜻이다.
*** 주희진이 이 시를 지은 때는 광중으로 피한 상태였는지, 아니면 피하는 와중이었는지 텍스트 자체만으로는 알기가 힘들다. 다만, 각 지방마다 날짜가 다른 사실을 이미 안 상태이니 피신하고서 시간이 좀 지난 상태였다고 추측할 수 잇을 것이다.
*** 소진小盡과 대진大盡은 작은달 큰달이다. 따라서 제목 소진행小盡行은 行이란 가사, 노래 정도로 볼 수 있으니, '작은달'이라 옮길 만하지만, 의역하면 '달력 이야기' 정도라 하고 싶다. (2014.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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