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만, 전시업계만 국한해도 촣은 전시가 오죽 많은가? 더구나 연말연초라 천지사방 전시라 해서 어서 오라 다투어 호객행위 일삼는다.
아는 만큼 보인다? 이토록 오만방자한 말은 없다. 이런 전시는 갈 필요가 없다.
왜인가? 배우러 가는 데가 전시장은 아닌 까닭이다. 전시장이 숙제하러 가는 데란 말인가? 이런 전시는 필연으로 실패한다. 그래서 유홍준은 틀렸다. 네 똥 굵을 뿐이다.
전시는 호흡하는 데이며 공유하는 데고 내가 그 자리 있다는 것만으로 내가 빛나고 전시가 빛나는 자리다. 즐기는 자리다. 콘서트장을 내가 즐기러 가지 배우러 간단 말인가?
마찬가지로 그 어느 누구도 배우러 전시장을 가지 않는다.
이 괴리에서 박물관 미술관이 탑재한 비극이 있다.
그렇다고 저 말이 아주 틀린가 하면 모름지기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데 또 다른 비극이 잠재한다.
누구나 주인이고 싶지 노비이고 싶겠는가?
호흡하는 데고 공유하는 데며 내가 그 자리 있다는 것만으로 내가 빛나고 그 자리가 빛나기 위해서는 내가 어느 정도 아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대접받는다.
그래서 나는 그 어떤 전시장에서도 강제가 아닌 이상 가이드를 거부한다. 내가 주인인데 왜 내가 지도 지휘를 받는단 말인가?
가이드가 강요하며 윽박하는 지식이 다른 자리 가서 내가 주인되고픈 데는 쥐꼬리 만한 단서가 될지는 모르나 내가 호흡하고 공유하는 데 방해만 될 뿐이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자리 가도 내가 아는 게 없음 멀뚱멀뚱 꿔다논 보릿자루 신세를 면치 못하며 그건 단순히 쪽수를 채워주는 데 지나지 않는다.
내가 왜 그 행사의 주인공들을 빛내야 하는 청중이 되어야 한단 말인가?
그 딴 자리 박차고 나와서는 나 혼차 전시실을 돌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비로소 전시와 다이다이 맞다이 치는 당당한 주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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