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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괜시리 짐만 될 법한 유럽 체류 연장 유혹을 떨치게 한 김천 수도암 학술대회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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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15일 금요일 여느 한반도나 마찬가지로 김천 땅에도 겨울비답지 아니하는 제법 많은 비가 종일 내렸으니 자칫 겨울장마라는 별칭을 얻을 법 했다.

한달 하루 유럽살이를 마치고 12월 5일 귀국한 나는 그 살이를 이달말까지 연장할 수도 있었지만 예정대로 귀국했으니 개중 가장 큰 이유 혹은 핑계가 이 학술대회였다.




학술대회야 흔한 것이고 그 역할이 고향에서 예정한 이 학술행사 사회라 꼭 내가 있어야 하는 그런 자리라고 볼 수는 없다.

함에도 예정대로의 귀국을 선택한 까닭은 웃기는 말로 틀리겠지만 괜시리 유럽 혹은 그 체재 아지트로 정한 로마에 더는 짐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것 말고 아주 유동성 강한 다른 공식 자리 사회가 예정됐으나 이는 예상대로 순연 혹은 취소되었으니 연말까지 예정된 내가 참석해야만 하는 자리는 어제 저 김천 시내를 바라보는 김천시립도서관에서 개최된 김천 수도암 학술대회 하나 뿐이었다.

이미 연합뉴스를 내 발로 걸어서 떠난 마당에 당분간은 나를 어딘가에 옭아매는 저런 약속들이 싫어 몇 가지 출연 제안을 다 뿌리치고 훌쩍 날았던 것이니 뭐 우습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이것이 나로서는 출가 비슷했다.


발표자 중 한 분으로 수도암 신라비를 학계에 보고한 박홍국 선생은 자신의 입론을 주장하고자 각종 탑본 자료로 행사장에 좌판을 깔았다.



그런 가운데서 유독 저 학술대회만큼은 고향일인 데다 내가 유독 애정이 큰 수도암 관련이고, 또 그 역할이 발표도 아니요 사회이니 편한 마음에 흔쾌히 응했던 것이니

결과로만 보면 저 아무렇지도 아니한 약속이 해외 체류를 연장했으면 하는 유혹 혹은 미련을 과감히 떨치는 구실이 되었으니 참말로 우습기만 하다.

아무튼 이러나저러나 저 학술대회만 염두에 둔다면 들어오길 참 잘했다 싶다.


행사장인 김천시립도서관 내가 자취생활을 하던 사십년 전에 없던 건물이다.



다른 연말 일정이 없는 한가한 까닭도 있었겠지만 이상하게도 발표자라 해 봐야 고작 세 명인 저 초미니 학술대회에 올인하게 되었으니 참말로 묘하게도 이래저래 관여하게 되니 기자 출신이라는 사실이 요긴히 쓰이게 되었다.

각종 축사 인사말이 필요하니 직접 써서 주는 데도 있지만 보통은 주최 측이 초고를 쓰고 저쪽에서 컨펌하는 형식이라 그런 글도 쓰고 또 홍보도 해야 하니 보도자료도 쓰고 관련 도판도 넘겨받아 그것도 첨부자료 삼아 가공했으니 이런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아니 재미보다는 그게 나한테 주어진 일이니 할 일이 있거나 생긴다는 그런 즐거움이 컸다고 해둔다.


겨울비는 묘한 풍광을 연출했다.



저 학술대회는 주최한 서진문화유산이 물론 가장 고생했다.

그 다음으로 고교 선배이기도 한 김창겸 형이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다시금 경탄을 자아냈다.

한중연 정년 퇴직 뒤 김천대서 교편을 잡은 형은 청중까지 동원하는 마당발 실력을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하는 신공을 발휘했으니 그 일처리하는 장면 하나하나는 경이 그 자체였다.

워낙 규모가 작은 행사이긴 했지만 그래도 제법 많은 이 지역 향토사가들을 중심으로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시종 열띤 경청을 해준 힘은 창겸 형이었다.




저 형은 학술대회의 살아있는 신이었다.

내가 아무리 이쪽 업계서는 마당발이라 해도 저 기획력 인맥동원력은 발바닥 근처도 따르지 못한다.

나로서는 배운 게 많은 자리였다 기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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