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SSAYS & MISCELLANIES

고인돌 vs. 고인돌묘 vs. 지석묘支石墓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1. 4. 2.
반응형

한국에서 이 셋은 흔히 혼용하지만,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이에 대한 영어 옮김으로는 흔히 dolmen이 있지만, menhir 같은 표현도 쓰곤 하거니와, 다만 한국적 상황에서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저들과 선돌立石을 또 구분하려 하는 듯하다. 


부여 산직리 고인돌..무덤인지 아닌지도 모르는데 이를 지석묘라 하는 표현은 틀리다.

 

간단히 정리하면 전자 셋은 철퍼덕 돌덩이를 염두에 둔 것이요, 후자 선돌은 말 그대로 그런 돌덩이 중에서도 세로로 하늘을 향해 세운 것을 말한다고 하겠다. 하지만 그 어떤 것이건 인위적 기념물 artificial monement 라는 점에서는 같다. 다시 말해 우연 혹은 자연의 작용에 따른 철퍼덕이나 세움돌을 저리 표현하지는 않는다. 

 

이에서 관건은 흔히 같은 개념이라 생각하는 고인돌과 고인돌묘와 지석묘支石墓를 볼짝시면, 한자 표현 지석묘는 그 어떤 경우에도 '고인돌묘'에 대응하는 한자 표현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저 셋을 구별해서 쓰야 한다는 내 주장을 오독한 어떤 지인(이영덕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은 "그게 말처럼 쉽나" 하는데, 이는 곡해다. 

 

그 지인이 말하는 쉽지 않다는 말은 저와 같은 기념물이 무덤이냐 아니냐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거니와, 내 심오하면서도 중대한 의미는 그와는 관계없다. 그 이전 문제를 말한다. 


부여 산직리 고인돌

 

말할 것도 없이 고인돌묘 혹은 지석묘는 글자 그대로 그와 같은 철퍼덕 돌덩이 기념물이 무덤으로 사용됐을 경우에만 한정한다. 묘라고 한 까닭이 그것이다. 

 

문제는 이에서 돌발한다. 그런 철퍼덕 돌덩이 중에서 일반 통념과는 달리 첫째 무덤이 아닌 경우가 졸라 많고 둘째 그 내부를 파뒤볐다 해서 그것이 무덤인지 아닌지 판단이 아리숑숑한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덤이 아니거나, 무덤임을 확신할 수 없는 철퍼덕 돌덩이를 지석묘라거나 고인돌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인돌 혹은 고인돌묘는 고인 돌에서 온 말로 보거니와, 이게 지역에 따른 명칭이 다른 듯하니, 외우 기호철 선생 전언에 의하면 전라도 쪽에서는 굄돌이라 부르는 일이 많다 한다. 우리 김천? 그냥 돌땡이지 뭐겠는가?

 

암튼 인위적인 철퍼덕 돌덩이를 고인돌 혹은 굄돌이라 하거니와, 이를 그리 부르는 까닭은 그 바닥 쪽에다가 그 돌땡이를 얹어놓는 받침시설이 있는 까닭이다. 이 받침시설은 다른 작은 돌을 세워서 만들 수도 있고, 그것이 아니면 그런 돌댕이를 철퍼덕 깔아서 만들 수도 있다. 


이 표현 틀렸다. 지석묘가 아니라 고인돌이다.

 

이런 돌덩이 일체를 굄돌 혹은 고인돌이라 하는 것이다. 나아가 그런 굄돌 혹은 고인돌 중에서도 사람을 비롯한 모종의 시신 매장시설로 쓴 것만을 고인돌묘 혹은 지석묘라고 하는 것이다. 

 

모든 지석묘 혹은 모든 고인돌묘는 고인돌이다. 하지만 모든 고인돌이 지석묘 혹은 고인돌묘는 아니다. 

 

그래서 이는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그것이 무덤인지 아닌지 확인 여부와는 상관없이 인위로 돌댕이를 철퍼덕 깔아 설치한 일체는 모조리 고인돌인 것이다. 

 

문제는 학계에서는 여전히 압도적인 한자 지향이라 지석묘라는 말을 많이 쓰긴 하지만, 그것을 고인돌에 대한 대응으로 쓸 수는 없다. 그럼에도 그런 학계에서도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고서는 고인돌과 지석묘를 같은 개념으로 혼용하는 일이 많다. 

 

구분해라! 구분해야 한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