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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어느 비문화전문가 문화부장의 토로와 한탄

by taeshik.kim 2019.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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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공주 "기쁨, 즐거움, 감동을 함께 나누고 싶다"

송고시간 | 2019-11-19 20:04

뮤지컬 '아이다' 프레스콜...매혹적인 핵심 장면 시연



뮤지컬 아이다 한 장면


몇 번 토로한 듯 한데, 문화부장 에렵다. 무엇보다 이 넓은 영역을 어느 정도 다 숙지 숙달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내 처지가 갈수록 처참하다. 모르는 분야가 너무 많은 까닭이다. 


일전에 문화재청장에 중앙일보 현직기자인 정재숙씨가 임명되었을 적에, 고고학계에서는 조직적인 반란 움직임이 있었으니, 결국 무산하기는 했지만, 한국고고학회라는 요망한 단체에서는 정재숙씨가 문화재 전문가가 아니라며, 그 임명을 반대한다는 성명서까지 마련해 사발통문을 돌리기도 했으니, 그런 움직임을 포착한 나는 "문화재 전문가가 무엇이냐? 그러면 너희는 문화재 전문가냐? 너희를 고고학도라 할지언정 문화재 전문가라 할 수는 없다"고 욕을 되바가기로 퍼부은 일이 있다. 문화재를 한다는 것과 고고학을 하는 행위는 분명히 차원이 다른 까닭이었다. 


이 똑같은 잣대가 문화부장한테도 통용하는데, 나는 내가 문화재나 학술, 혹은 문화행정은 조금 안다 할 수 있을지언정 내가 '문화전문가'를 자처한 적도 없고, 그 어떤 누구도 나를 그리 부른 적도 없다. 혹자는 내가 '문화재전문가'라 하고, 많은 이가 그리 받아들일 수도 있으며, 나 역시 그런 측면에서는 아주 조금은 나 자신을 수긍할 순 있지만, 나는 결코 '문화전문가'는 아니다. 


기자로서 나는 26년을 꼬박 채우고 27년째 시작을 앞둔 이 시점까지 대략 20년을 문화부장을 포함해 문화부 기자로 일했다. 하지만 내가 관여한 분야는 문화재와 학술,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 정도였으니, 이 영역을 벗어나는 분야는 아는 것이 없다. 



뮤지컬 아이다 한 장면



언론매체별로 조금씩 사정이 다르지만, 우리 공장 문화부는 이른바 순수문화와 대중문화 두 영역을 모두 커버한다. 저에서 앞에다가 링크한 뮤지컬 '아이다'는 경계가 조금 애매한 측면이 없지는 않으나, 이른바 순수문화로 분류한다. 클래식 국악 무용 연극을 한데 묶어 보통 '공연'이라 하는데, 이 공연에 속하는 그 어떤 영역도 내가 제대로 아는 분야가 없다. 굳이 따지자면 나는 영어영문학과 출신이라, 연극은 개중에서도 조금은 익숙한 편에 지나지 않는다. 


기타 내가 뮤지컬을 알겠으며, 클래식에 무슨 조예가 있겠는가? 나는 결코 문화전문가, 특히 순수문화 전문가와는 더더구나 거리가 멀다. 대중문화 쪽도 사정은 비슷해서, 문화부장 취임 전까지는 요새 세계를 호령한다는 방탄소년단도 무슨 총알받이인 줄로만 알았더랬다. 


그나마 하도 한류 한류 하는 통에 그 핵심으로 지목된 가요는 그런대로 가수 이름은 알아야겠거니 해서, 기를 싸매고 유튜브로 들어가 블랙핑크니 트와이스니 하는 여식들 노래도 좀 들어보고, 요새는 모모랜드니 마마무도 친숙해지려 발악하는 중이다. 


내가 이 블로그를 개설한 이유로 여러 가지를 댈 수 있지만, 보다시피 이 블로그는 '역사문화라이브러리'라, 애초에는 내 관심 혹은 전공 영역이라 할 만한 역사라든가 문화재를 내 나름대로 정리하며 독자들과 공유할 목적이었지만, 이제는 그 본말이 전도되어 이곳을 나는 주로 우리 공장 문화부 기자들이 생산하는 상품을 선전하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중이다. 


뮤지컬 아이다 한 장면



요새 흘러가는 추세로써 혹자는 내가 연예기사만을 선전하고자 써 먹는 것이 아닌가 하겠지만, 약삭빠른 사람 눈치챘겠지만, 나는 내가 운영하는 우리 공장 문화부 기사를 좀 더 많은 독자한테,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독자한테 읽히게끔 하고자 이 공간을 이용한다. 


이런 요새의 운영방식도 결국은 내가 문화부장을 떠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애초에 목적한 역사문화라이브러리로 갈 것이다. 


그래 맞다. 나 역시 우리 공장 문화부 기사가 좀 더 많이 팔렸으면 한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독자가 우리 기사를 봤으면 한다. 그 욕심이 지금은 놀부의 그것보다 크다. 


한데 기왕 그럴 거면, 문화 분야라 해도 좀 더 광범위하게, 그리고 고루 소개해야 할 터인데, 내가 커버하는 문화 영역 중에서는 뮤지컬도, 클래식도, 무용도, 국악도, 그리고 문학 혹은 출판도 거의 소개하지 못했다. 문학과 출판이야 나름대로 자신 있는 분야이기도 해도, 그러지 못했다. 


따라서 내가 언제까지 이 자리를 지킬 지 장담할 수 없으나, 기간 소외한 분야도 고루 소개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다. 하지만 클래식 뮤지컬 무용 국악은 뭘 알아야 면장을 해먹지, 내가 전연 알지 못하는 분야라 속만 터진다. 


이 글 첫 머리에 링크한 저 뮤지컬 '아이다'도 내가 모르지만, 뮤지컬 팬덤이 적지 않으므로, 나는 그런 팬들을 중심으로 많은 독자가 우리 기사를 소비하고 허비하며 씹고 돌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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