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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으로 뭔가 하나 이야기 만들어 보려는 참,
아들놈이 서재로 들이닥쳐 약 먹으라 던지더니 저 그림을 어깨 너머로 보고서는 대뜸 하는 말이
"아킬레우스네? 트로이전쟁이구만? 헥토르를 죽이는 장면이구만."
"헥토르가 아니라 아마존 여왕인데?"
"아 그런가?" 하고 좀 더 살피더니
"그렇네, 저건 트로이전쟁 이후야, 아킬레우스가 미친 놈인 게 저렇게 아마존 여왕 목 찔러 죽이고 나서 그 시체에다 이쁘다고 키스한 놈이야. 다 미친 놈들이야."
"넌 우째 그리 잘 아노?"
"내가 한때 그리스신화 덕후였자나?"
아들 세대는 그리스 로마신화를 몸에 끼고 체득하며 그네들 일상으로 알고 자란 세대라,
난 봐도 뭔지 모르는 장면을 척척 그림만 보고도 맞추니
허탈하고 허망하다.
나도 그리 자랐으면....
저들은 나랑 출발 자체가 다르다.
이런 내가 서양미술사를 한다면?
일일이 첨부터 다 새로 익혀야 하지만 저네들은 이미 그 확고한 기반이 있으니 어찌 같을 수 있겠는가?
나는 변변찮은 책 하나 없어 오로지 동아전과가 전부인 삶을 살았다.
나도 저리 자랐으면 하는 허탈이 쓰나미처럼 밀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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