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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전문성은 선택을 말살한다, 전문기자? 꿈도 꾸지 마라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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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예서 말살은 꼭 부정하는 의미로만 쓴 게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반대하는 의미, 곧 긍정이라고도 할 수 없다.  

나아가 선택이라는 것이 문자 혹은 사전에서 말하는 의미는 당연히 그 선택하는 대상이 두 가지 이상일 때 쓸 수 있지, 하나만 있을 때는 불가피 혹은 불가항력 혹은 여지 없음이라는 말과 같다.

저 말살이 그렇듯이 선택 또한 여러 층위의 의미를 지닌다. 부정일 수도 있고 긍정일 수도 있다. 

일전에 이 말은 한 듯한데, 해직당하고서 복직한 직후 세상은 변해서 정권이 바뀌었다.

박근혜 당은 몰락했고, 심지어 그 수괴인 박근혜는 탄핵된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감옥으로 가야 했으니 말이다. 

이 정치격변은 내가 몸담은 회사에도 변화를 불러왔으니, 그에 덩달아 정치 바람 많이 탄다.

아무래도 친여권, 친권력 성향이 이 회사도 집권하기 마련이라, 친 박근혜 성향 구 권력이 물러나고, 신 권력 성향 경영진이 들어섰다.

나는 출신지로 보면야 특정 정치권 성향이 아닌가 하겠지만, 그와는 거리가 전연 멀어 그런 정치권에 기웃거리며 뭔가 한 자리를 하고자 하는 일을 생득으로 싫어했으니, 그냥 나한테 주어진 일만 하면 된다는 거였으니 이것이 실은 패착으로 드러났다.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라고, 어느 시점을 지나면 내가 가만 있고 싶어도, 날 그냥 내버려두라 해도 세상은 그리 흘러가지 않아 이런저런 곤욕에 휘말리게 된다. 

언론계에서는 이때 전문기자 혹은 그런 성향으로 분류되는 기자들이 특히 문제가 되는데, 왜?

그 전문이라 불류하는 그 분야를 제외하고서는 다른 데 갈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연조가 쌓이고 직책이 올라가면서 문제가 심해지는데, 예컨대 부장직만 해도 그가 몸담은 그 전문분야를 커버하는 부서장 말고는 갈 데가 없다. 

이것이 심각한 문제로 작동하는데, 본래 전문기자는 도입 취지 자체가 저런 직책과는 관련이 없다.

그에게는 무슨 부장이나 무슨 국장이라는 타이틀이 아니라 무슨 전문기자라는 타이틀이 중요하니깐 말이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현실과 이상은 충돌하기 마련이다. 

첫째, 그 오랜 한 분야 생활에서 오는 환멸이 왜 없겠는가? 둘째, 부장 혹은 국장을 비롯한 여타 간부들과의 문제가 왜 없겠는가?

꼭 언론계가 아니라 해도 어떤 부서장도 그렇듯이 내가 맘에 드는 기자랑 일하고 싶어한다.

한 분야 잔뼈가 굵은 전문기자도 다 사람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반드시 부닥치고 만다.

설혹 이 부장과 좋은 관계에 있다 해도 그 후임부장과도 그러리라는 보장도 없다.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전문기자가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때가 온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전문기자제는 퇴직할 때까지 백발 휘날리며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겠지만, 특히 한국사회에서 그런 일은 요란한 구호일 뿐이다. 

문제는 자의건 타이건 그 자리를 떠날 때 어딜 가느냐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갈 데가 없다!

왜?

오직 한 분야에만 천착한 까닭에 다른 부서를 가고 싶어해도, 이미 머리가 굵고 나이도 든 그런 늙다리 전문기자를 누가 반기겠는가?

이미 한 분야 전문기자로 굳어졌다는 말은 다른 분야는 깡통이라는 말과 같다. 실제 그런가는 차치하고 말이다. 

그래서 이 문제가 실로 곤혹스러워진다. 

그렇다 해서 어케든 다른 자리로 빠져나간다 해도 문제라 계속 겉돌 수밖에 없는 숙명이 있다. 

그래서 나는 전문기자를 꿈꾸는 후배들한테는 결코 전문기자 하지 말라는 말을 수시로 했다. 남는 건 개털 뿐이라고 말이다. 

해고무효소송을 통해 해고 당시 부서(문화부가 아니었다. 나는 이미 해고 직전 다른 부서로 쫓겨났으니깐)로 복직한 나는 그 즈음 회사 권력 재편과 맞물려 결국 어디로 갈 것인가를 선택했어야 하는데, 놀랍게도 선택지가 없었다. 

내가 문화재 전문기자를 하다 저 꼴을 당했으니, 애초 회사 혹은 편집국장은 내가 그 자리로 돌아가고자 했다고 생각했음인지 나한테 먼저 전문기자직 복귀 의사타진을 했다.

문화재 전문기자로 간다면 보내주겠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해고 직전 다른 부서로 강제 전출될 때 다시는 저 전문기자로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확고한 생각이 선 상태였으며, 이런 생각은 조금도 변화가 없고 외려 더 강해졌을 뿐이다.

그만큼 저 인사조치는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꼴을 당하고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간다? 웃기는 소리였다. 내 자존심이 용납할 수 없었다. 

한데 문제는 그 대안이었다.

내가 내놓을 대안이 없었다.

그 자리가 아니라면 어디로 가고 싶냐는 역제안이 당연히 왔을 테고, 내가 그걸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던 마당에 내가 내놓을 카드가 없었다.

저거 말고 이걸 달라고 할 그 카드가 없었다. 

그러기에는 이미 나는 하나로 너무나 굳어졌기 때문이다.

같은 부장 자리라 해도 내가 갈 데가 없었다.

혹 조금의 관심이 있는 부서라 해도, 난 그래도 가오를 중시하는 사람이라, 그 자리에 응당 가야 하는 후배들(당시 편집국 부장은 다 내 후배였다. 해직 때문에 나는 늦어졌다.)을 제끼고 안면몰수하고 그 자리를 꿰찰 그런 짓거리는 안한다.

그렇다고 내가 무슨 의리남?

웃기는 소리다. 그런 짓거리는 수면지심이라 보는 까닭이지 거창한 딴 이유 없다. 

결국 나는 문화부장을 달라하는 수밖에 다른 선택이 없었다.

문화재 분야를 담당하는 부서라서 이 문화부장밖에는 내가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

그 자리도 어떤 후배가 강하게 욕심냈더라면 나는 진짜 낙동강 오리알이 됐을지도 모른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특정분야 전문가?

말이 좋지 그 길은 다른 희생을 필연으로 수반할 수밖에 없다.

특히 기자사회에서 전문기자는 여전히 나는 비추다. 

전문기자?

하지 마라!

나중에 쫓겨나도 갈 데가 없고, 쫓겨나고 돌아와도 갈 데가 없다. 

하지 마라!

전문기자 하고 싶거덜랑 이런저런 좋은 자리 다 해묵고 다 늙어서 개중 하나 골라 해라.

이게 전문기자가 오래 가는 길이다.

절대 젊은시절부터 하나로 불사르지 마라.

전문가? 조또 아니다. 1년 만 그 분야 하면 개돼지도 전문가 되는 세상이다.

이게 내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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