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때가 되었다 싶으면 개떼처럼 주루룩 몰려가니, 물론 여러 이유가 있어 그런 줄은 안다.
나 역시 그런 여행 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 외려 자주 한다.
다만 그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확실히 다르니, 공부하러 가는 여행은 네버에버 거추장스런 사람들이랑 안 간다.
공부 빙자해 개떼로 가는 여행 치고 매일밤 술판 벌어지지 않는 꼴 못봤다.
나는 피곤해 죽겠던데 매일 저녁 뭘 그리 퍼마시는지 내가 볼 때는 미친 놈들 같더라.
그래 공부라고 미친 놈이 하지 않겠느냐마는 저처럼 술퍼마시고 무슨 정신으로 글을 쓰겠으며 무슨 정신으로 무슨 생각을 구상하며, 그 담날 무슨 정신으로 다시 돌아다닌단 말인가?
적어도 내가 진짜로 무엇인가를 얻으려 하고 파내려고 하는 여행은 혼차가지 무슨 개떼처럼 친구니 뭐니 해서 간단 말인가?
혼차 가라. 혼차 가야 청승도 떨고, 그 청승에서 새로운 감발이 나오기 마련이며, 그 감발에서 인생사도 관조한다.
그래 첫사랑 생각 나고 쪽팔리는 일 생각나서 소스라치게 놀라게 될지도 모르지만, 거창한 깨침은 그런 데서 온다고 나는 믿는다.
개떼처럼 술퍼마시러 갔으면서 학술빙자해 무슨 답사했네 하는 꼴 구토난다.
그딴 식으로 잠깐 어떤 유적 가서 어떤 박물관 가서 용케 유물 하나 보고서는 침소봉대하는 일 하지 마라.
웃기는 짓 좀 작작들하고 제발 술 퍼마시는 여행하면서 학술답사했다 하지 마라.
그쪽 사람 만나 술 쳐마시는 사진 올리고선 그게 학술교류입네 하는 개사기 치지 마라.
그 술쳐마시는 데서 무슨 교류가 나온단 말인가?
이규보 이태백이야 술이 취해야 시가 나왔다지만 시 쓰려고 퍼마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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