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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오직 죽음만이 사슬을 벗기는 천연기념물, 5년마다 심판받는 멸종위기종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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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na.co.kr/view/AKR20220704050000530?section=search

뿔제비갈매기·불나방 등 동식물 18종 새로 멸종위기종에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세계에 100마리도 안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뿔제비갈매기와 불나방 등 동식물 18종이 새로 멸종위기 야생생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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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발 뉴스로 자주 등장하는 소식이라, 언뜻 보면 무심하기 짝이 없다. 이런저런 생물을 멸종위기종으로 새로 지정했느니, 또 멸종위기종에는 등급이 있어 그 위기가 심각한 수준에 따라 높은 건 1급, 상대로 낮은 건 2급으로 분류하거니와 그 등급조정을 했다는 내용이다.

그 업무를 관장하는 정부 부처로 보면 환경부 소관인 멸종위기종은 문화재 업무 소관인 천연기념물 중 생물과 항용 묘한 길항관계를 형성하는데, 이를 두고 적지 않은 정부 내 해묵은 논란도 있어, 어느 한쪽 부서로 이 업무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두 가지가 겹치는 생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중복 문제와 관련해서 내가 세밀히 검토한 것은 아니지만, 천연기념물 중 거의 모든 생물종(동물)은 멸종위기종이기도 하지만, 모든 멸종위기종이 천연기념물은 아니다. 적어도 커버 범위로만 보면 멸종위기종이 훨씬 넓다.

건설업계의 저승사자 맹꽁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멸종위기종일 뿐 천연기념물은 아니다.


적어도 문화재 분야에서는 저 중복 문제가 유발하는 각종 중복 규제와 관련해 언제나 우리는 문화재 관점이라는 말을 강조한다. 나 역시 그에 세뇌되어 같은 말을 반복하곤 했고, 지금도 그에서 썩 벗어났다 하기는 힘들지만, 솔까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둘 다 결국은 멸종위기에 처한 종 혹은 개체를 보호하자는 것인데, 뭐가 문화재 관점이고 뭐가 환경 관점인지 솔까 모르겠다. 물론 다른 점이 많기는 하나 이 자리서 그에 대한 논의는 삭제한다.

또 하나, 그것이 천연기념물이건 멸종위기종이건 결국 그 지정은 해당 생물을 그런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자는 것일 터인데, 이 점에서 놀랍게도 문화재는 그 궁극하는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가 매양 기이하게 쳐다 본다. 문화재는 해당 생물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궁극 목적을 그 어디에서도 제시하지 않는다.

내가 매양 묻거니와 왜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가? 그것을 기념물에서 벗어나게 하자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 근간을 이루는 문화재보호법 어디를 뒤져봐도 천연기념물 지정을 통해 해당 생물이 그 지위를 벗어나게 한다는 정신이 없다!!! 이 점이 심각하다.

앞서 업무 분장과 관련해 그것이 논란이라 했지만, 이 생물 관련 업무는 환경부로 통합해야 한다는 논리가 다른 무엇보다 문화재계 일각에서도 심각히 대두하는 실정이라, 문화재청에서는 그럴 마음이 추호도 없지만 그 일선에서 문화재청과 협조해 해당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전연 결이 달라 천연기념물 생물은 환경부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봇물을 이룬다.

유독 왜 지자체에서 생물 천연기념물 문제로 논란이 극심한가 하면, 간단히 말하면 업무 분장과 인력 구성에서 비롯한다. 그 업무가 문화재청 혹은 환경부 소관 여부에 따라 저 업무는 문화재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와 환경 관련 부서가 정해진다. 아무래도 문화재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데다, 아예 없는 지자체도 있어 낙오한 황조롱이 구출한다고 학예사들이 뛰어다니는 일이 벌어진다.

맨앞에 첨부한 저 소식에서 우리가 주시할 대목은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 정기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연다는 것이며, 구체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마다 개정한다는 사실이다.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 양다리 걸친 원앙. 새가 이쁘다는 것이 보호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바로 이에서 문화재와 환경은 갈 길을 달리한다. 물론 저 환경도 문화재 관점에서 바라보면 많은 경우 한심하기도 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천연기념물은 아니고 멸종위기종인 맹꽁이다. 그 흔해 빠진 맹꽁이가 멸종위기종이라니? 물론 그 손가락질을 문화재가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객관으로 바라볼 때도 전국 습지 어디에서나 서식하는 맹꽁이가 멸종위기종이라니? 이 때문에 빚어지는 비극은 촌극을 방불한다.

그런 사례들은 다른 자리를 빌리기로 하고, 어차피 업무 상당 부문이 겹칠 수밖에 없는 멸종위기 생물과 관련해 환경부는 그래도 그 정당성 여부를 심판하고, 새로운 시대 흐름을 반영하는 판에 박힌 공청회도 열고, 더구나 5년마다 기존 멸종위기종에 대한 자격심사를 통해 그 지위가 합당한가를 하는데 견주어(전체 멸종위기종에 대한 검토는 아닐 걸로 안다), 그렇다면 문화재 쪽 천연기념물 사정은 어떤가? 이 심각성을 더는 미룰 수가 없다.

멸종위기종이 지정과 해제가 있듯이, 천연기념물 역시 지정과 해제가 있다. 다만 전자는 등급제지만 후자는 등급이 없다. 이 무등급 시스템은 문화재 분야에서도 어차피 천연기념물 업무를 계속 밀고 나가려면 도입해야 한다.

문제는 같은 해제라 하지만,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은 왕청나게 그 결이 다르고, 나아가 이에서 두 시스템을 비교하면 문화재 쪽 행정이 전자에 견주어 현격히 전근대적이라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이 발생한다.

천연기념물은 오직 죽음만이 해제를 부를 뿐이다. 기타 우수마발 다른 해제 사유는 없다! 이것이 웃길 뿐이다. 한 번 천연기념물은 영원한 천연기념물이다. 뭐야? 천연기념물이 해병이야? 웃기지만 이렇다.

문화재청발 관보를 보면 해마다 천연기념물 해제 목록이 오른다. 한데 그 모든 해제가 오직 죽음에서 비롯하는 경우 뿐이다. 살아있는 천연기념물을 그에서 해제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단 한 번도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에서 논의된 적이 없다! 그런 제도 혹은 절차가 없는 것이 아닌가 반문할 텐데 없긴 왜 없어? 지들 맘대로 문화재 행정의 표본인 문화재위원회(천연기념물분과)를 이용하면 그 어떤 행정도 가능하다.

함에도 문화재청에서 죽음을 제외한 그 어떤 이유로 천연기념물 해제가 검토된 적이 없다!

천연기념물에서 해제해야 하거나, 그것을 적극 검토해야 할 괴물로 내가 항용 드는 보기가 원앙과 수달이다. 이 놈들 천지사방 출몰 안하는 데 없고, 개체수가 급격히 불어나 심지어 수달은 도심 수족관을 습격한다. 수달은 또 멧돼지나 고라니에 버금하는 환경파괴종이라 이 놈들이 서식하는 물가엔 피라미 한 마리 남아나질 않은다. 뱀이건 뭐건 닥치는대로 죽여버린다.

이런 생물로 천연기념물이 그 멍에를 벗는 유일한 길은 죽음 뿐이다.


문화재는 저러한 수달과 원앙를 해제는커녕 그런 필요성을 논한 적도 없다. 사석에서 그런 말만 나올 뿐이며 그 누구도 이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는다. 물론 그 내막으로 들어가면 저들을 멸종위기종으로 계속 유지하는 환경부랑 묘한 긴장관계도 작동할 것으로 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가? 이제는 멸종위기에서 벗어나 전국을 활보하며 전국 산천을 주유하며 때로는 환경을 파괴하는 수달과 원앙은 과감히 천연기념물에서 해제해야 한다. 적어도 그럴 필요성을 점검하는 그 흔한 공청회 한 번 하든지 아니면 그 자격 심사는 부쳐봐야 한다.

전국을 주유하기 시작하면서 설악산 산양이라는 말이 무색해진 그 산양을 무기로 그 서식 환경이 파괴될 우려가 있으니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안 된다는 거지 같은 논리가 더는 나와서는 안 된다.

문화재 행정도 이제는 좀 더 고급져야 한다. 절차가 있어야 하며 수렴이 있어야 하며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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