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본 대로 삼국사기 신라 지증마립간본기에 의하면 同王 3년(502) 봄 3월에 임금이 令을 내려 순장을 금했다고 하거니와, 이 조치가 하필 왜 이때였을까?
나는 일전에 이때 나온 순장 금지를 지증왕 전왕인 소지 마립간炤知麻立干, 일명 비처 마립간毗處麻立干 주체로 볼 필요도 있음을 역설한 적이 있다.
다시 말해, 이 순장 금지 율령을 반시頒示한 이는 분명 지증왕이지만, 그것을 가능 혹은 추동케 한 원인으로 소지왕의 유훈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증왕본기 관련 기록을 더욱 세심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에 이르기를,
三年 春三月 下令禁殉葬 前國王薨 則殉以男女各五人 至是禁焉
라고 했거니와, 下令한 주체가 분명 現王인 지증왕이고, 그 대상이 王陵이라는 점이다. 이를 액면 그대로 풀면, 왕릉 순장을 금한 셈이다.
하지만 왕릉 자체에 대해서만 순장을 금했다고는 보기 힘들다. 왕릉을 필두로 하는 무덤에서의 순장 일반을 금지한 율령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런 下令이 나온 시점이 문제다. 이에서 비상히 주의할 대목은 이것이 바로 전왕인 소지왕 매장埋葬 무렵, 혹은 그 직후라는 사실이다.
소지왕에 대한 모든 장송葬送이 언제 끝났는지를 우리는 알 수 없다. 다만, 이 무렵에 그것이 일단 종료되었을 것임은 확실하다.
이런 고찰을 통해 우리는 지증왕에 의한 순장 금지 율령이 가장 먼저 시도된 곳이 왕릉임을 주시해야 한다. 그것이 가장 먼저 시도된 곳이 나는 소지왕릉이라고 본다.
이 경우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 소지왕릉에 대해 일단 순장을 하고, 그것을 마지막으로 이제는 순장을 하지 않는다는 율령이 나왔을 가능성이 하나이고 둘째, 소지왕릉부터 순장을 일체 하지 않으면서 이런 율령이 나왔을 가능성이 두 번째다.
이에 대해서는 우리는 어느 쪽인지 단안할 수 없다. 다만, 전후 맥락으로 보아 후자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순장 금지령은 그 어떤 경우에도 지증왕 주체 중심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것으로 다인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바로 이에서 순장 금지령이 소지왕 유훈이었을 가능성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소지왕이 죽으면서, 혹은 생전에 순장을 반대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그 어떤 직접 증거도 없으므로, 어디까지나 상상에 그치지만 왜 느닷없이 지증왕이 순장 금지령을, 그것도 소지왕 매장 완료 무렵에 나왔을 것이냐는 점을 생각할 때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나는 신라의 순장 금지령이 그 어떤 살생도 극히 혐오하고 배척하는 불교의 도입 확산을 결정적인 영향으로 본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신라 사회에서 불교의 영향력을 법흥왕에 의한 불교 공인 시점 이전과 이후로 갈라본다.
그리하여 그 공인 이전 불교가 신라 사회에 미친 영향력을 알게 모르게 애써 감쇄하고자 하는 노력들을 하곤 했다.
간단히 말해, 신라에 불교는 눌지왕 시대에 고구려를 통해 당시로서는 그 변방인 지금의 선산과 김천을 거쳐 들어와 민간에 퍼지기는 시작하고, 그 일부가 왕실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살생 금지를 표방하는 그 종교가 순장 금지 율령까지 이끌어 내는 힘이 되었다고 힘주어 강조하는 데는 주저하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지증왕에 의한 순장 금지 율령을 불교의 영향력으로 보는 이도 더러 있다고 안다.
하지만 법흥왕 공인 이전, 불교는 이미 신라사회 심층부를 완전 장악했다고 나는 본다. 그것도 이미 눌지왕 무렵에는 이미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지 시작했다고 나는 본다.
그 키워드가 되는 인물이 바로 조생鳥生이라는 여인이다. 이 조생이야말로 신라 상고기 말기의 신라 왕실의 거대한 뿌리가 된다.
조생은 누구인가? 어찌하여 그가 성국成國, 다시 말해 나라를 만든 여인이라는 이름까지 얻었던가? (2017.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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