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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유성환 박사의 룩소르 통신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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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룩소르입니다]

That's it! 드디어 라메세움(Ramesseum)입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장제전(葬祭殿: mortuary temple)을 "백만 년의 저택"(Mansion of Million Years)이라고 불렀습니다.

신왕국시대 제19 왕조 람세스 2세(Ramesses II: 기원전 1279-1213년)가 건립한 장제전은 한때 그리스인들에 의해 "멤노니움"(Memnonium)으로 불렸습니다만.

1829년 이 장제전을 방문한 장-프랑수아 샹폴리옹(Jean-François Champollion: 1790-1832년)이 이곳을 "라메세움"으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공식 명칭처럼 굳어지게 되었습니다.

라메세움은 1979년 유네스코 문화유산(UNESCO Cultural Heritage)으로 등재되었습니다.

건축물 총면적은 약 50,000 평방미터이며 국제개발협력(ODA) 사업 복원대상인 탑문은 길이가 약 70미터, 높이가 약 20미터에 달합니다.




탑문 바깥쪽은 무너져 내렸기 때문에 그 실상을 파악할 수 없지만 안쪽 면에는 카데쉬 전투(Battle of Kadesh) 전투장면 등이 새겨져 있습니다.

탑문이 무너진 이유는 하나가 아닙니다. 이집트 전역에 걸쳐 수많은 공사를 벌인 람세스 2세의 욕심 때문에 신전은 시공 당시부터 공법이나 재료(사암)의 결함에 의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범람에 의한 토양의 팽창과 수축, 고대에서 근대까지 발생한 진도 6 규모의 지진, 탑문 내부의 충전재로 사용한 무균질한 석재들이 야기한 손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방문에서 장제전의 기능과 역할 • 장제전이라는 맥락에서의 탑문의 기능과 상징 • 탑문의 기본 구조와 형태 • 탑문에 새긴 주요 모티프 등과 관련한 자문을 한국전통문화대학 복원팀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유적 복원과 함께 룩소르박물관(Luxor Museum)이 소장한 주요 유물에 대한 디지털화 작업도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내일은 이번 방문 실사의 마지막 일정으로 박물관 관계자들을 면담할 예정입니다.

PS: 어제 배탈이 나서 하루 종일 고생했는데 저녁에 라면 한 입 먹고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역시 해외여행에서 라면이 빠질 수는 없죠. 그나저나 디톡스해야 하는데 라면이라니. ㅋㅋㅋ

사진 설명: 제 뒤로 앞으로 무너져 내리고 기울어진 신전 탑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람세스 2세는 3,200년 뒤 지구 반대편 동아시아 전문가들이 자신이 세운 신전의 탑문을 복원하기 위해 방문할 것이라는 사실을 꿈에라도 예상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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