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남북한을 합친 영역은 연원으로 보면 조선왕조 세종시대를 직접 조상으로 삼지마는 그 엇비슷한 영역은 고려를 지나 이미 문무왕에 의한 일통삼한에서 밑그림을 그리니 그 연원이 물경 천사백년을 헤아린다.
중국 또한 그 영역이 확장되기는 했지만 진한시대 통일제국에서 지금의 중국이란 영역을 칠하기 시작하니 그 역사는 물경 이천년이다.
유럽 대륙으로 건너가면 프랑크 왕국을 발판으로 삼는 프랑스 독일 스페인을 필두로 영국 역시 복잡하기는 하나 대략 천오백년 안팎에서 지금 영역의 큰그림이 완성된다.
문제는 이탈리아.
이탈리아는 불과 150년 전인 전세기에 이른바 이탈리아 통일왕조를 완성하고 그것이 우리가 아는 이태리라는 밑거름이 되었으니
놀랍게도 이태리는 지금의 이태리를 그릴 만한 통일 영역 국가를 단 한 번도 그 이룬 적이 그 이전엔 없다!
흔히 혹은 대뜸 그럼 로마제국은 무엇이냐를 반론으로 들 테지만 천만에.
로마제국과 이탈리아는 전연 달라 전자가 번갯불인데 반해 후자는 반딧불이라 눈꼽만큼도 로마제국과 이탈리아는 관계가 없다.
지금의 이탈리아가 로마 제국 안에 들어가 있었지, 그렇다 해서 지금의 이탈리아를 하나로 묶는 장치는 그 어디에서도 없다.
그러기에는 그걸 묶어낼 만한 건덕지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었다.
단 한 번도 지금의 이탈리아를 대강이라도 확정할 만한 통일왕조가 있었던가? 없다.
누군가는 이탈리아는 만들어냈다는 뜻이다.
누가 언제 왜 만들어냈는가?
지금의 이탈리아를 단일한 묶음으로 완성하려 한 사람은 누구이며, 그러한 과정은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으며, 그 논리는 무엇이었는가?
이 역시 매우 흥미로운 주제이며, 저와 관련해 제법 묵직한 단행본이 구미업계에서는 나왔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아직 나는 접촉을 해보지 못했다.
일전에 통독한 무솔리니 자서전을 보니 저 이탈리아 밑거름으로 그가 주구장창 단테를 팔아먹는 장면을 봤는데 글쎄다.
단테가 그럴 만한 재목이 된단 말인가? 단눈치오니 무솔리니가 그린 단테지 실제의 단테랑은 다시금 신곡을 곰곰 살펴야겠지만 나로서는 감발할 만한 대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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