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행사를 나도 그렇고 내가 속한 문헌과문물도 본래 태동 배경이 엄숙성과는 거리가 멀어 이번 행사 또한 한사코 학술대회라는 말을 거부한다.
2012년 출범 당시 문문은 애초 출발 자체가 흥의 추구를 목표로 삼았으니 그 어떤 것보다 학술대회라면 상기하는 그 천편일률하는 등식, 곧 청중은 아랑곳없이 지 혼자 떠들다 토론자와 단 둘만 아는 얘기 주고받고 하는 그런 형식을 배격하고선 시종 흥겨운 잔치를 추구했다.
저 자리 또한 한사코 학술대회라는 말을 거부하고 이벤트라 내가 부르는 이유가 그것이다.
지금껏 저런 자리는 주최측이 하는 일은 매양 정해져 있어 장소 섭외하고 원고 수합하며 회원들한테 저런 행사한다는 사발통문 돌리기가 그것이라
물론 주최측이 저것만으로도 넋이 나가겠지만 이번 일을 준비하며 나는 하나를 더 시도했으니 백그라운드 자료 수집 정리가 그것이라
그리 모아 정리한 자료들은 자료집 형태로 만들어 배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저 일을 하겠다고 문문이 결정하기는 보름 남짓이라, 물론 내 제안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결정되는 그 순간 나는 이번 일을 부른 저 중국의 새로운 수중발굴 성과는 물론이고
그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금껏 중국 수중고고학이 걸은 궤적을 아예 이 참에 정리하자 해서 닥치는대로 자료 수집에 들어갔다.
그것이 하나씩 정리될 때마다 묶고 잘라 이곳 THE HERITAGE TRIBUNE를 통해 하나씩 공개했다.
따라서 지난 보름 나는 중국수중고고학과 전면전을 불사하는 쟁투를 벌였다.
돌이켜 보니 그런대로 그 굵직한 사건들은 그런대로 큰 누락없이 대략이나마 훑어 정리한 듯 하다.
그렇게 정리한 것들을 자료집 형태로 만들어 배포하려 막바지 작업 중이다.
누군가는 왜 그리 미친 짓을 하느냐 핀잔주기도 하지만 그에 대한 내 대답은 한결같다.
아무도 안 하기에, 그렇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에 내가 한다
고 말이다.
난 돈 안주면 이런 일 안하는 이른바 직업적 학문종사자들을 경멸한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내가 해야 한다는 믿음은 아직 살아있다.
지난 보름 정리한 것들이 돌아보니 단행본 분량이 나온다.
누군가한테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나는 이걸 풀어제끼려 한다.
'ESSAYS & MISCELLAN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333법칙과 직업적 학문 (17) | 2024.04.17 |
---|---|
코딱지 만한 조선 (29) | 2024.04.16 |
분노에 차서 다시 달려간 배꽃, 간밤을 휩쓴 빗소리에 (2) | 2024.04.15 |
이탈리아는 누가, 언제, 왜 만들어냈는가? (32) | 2024.04.15 |
[독설고고학] 헛소리만 찍찍 갈려 놓은 다뉴세문경 (0) | 2024.04.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