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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이맘쯤 경주 보문리사지 당간지주다.
한데 그날 내가 놀란 점은 당간지주 껍데기를 아주 홀라당 벗겨놓은 풍광 때문이었다.
하이타이 빨래를 한듯 당간지주는 금방 기계로 깎아세운듯 새것 그 자체였다.
이런 모습 볼 때마다 나는 보존과학이 과연 문화재를 위한 과학기술인지 의심한다.
보존과학, 특히 돌맹이 보존처리 종사자들과 나 같은 그 분야 무지렁이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 이것이다.
보존과학, 특히 돌맹이 보존처리 종사자들과 나 같은 그 분야 무지렁이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 이것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이끼류가 돌맹이를 깎아먹는다 주장하면서 그것을 벗겨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다 보니 이런 참사가 빚어진다. 그들은 잘한 일이라 할 것이다. 이러해야만 해당 석조문화재가 더 오래간다 말한다.
내가 말한다.
다 헛소리다.
첫째, 그 논리대로라면 저 보문리 당간지주는 벌써 사라져야 했다. 연화문蓮花紋이 무척이나 아름다워 통일신라시대 당간지주 조각을 대표한다는 저 당간지주는 나이가 천수백살이라, 저것이 현재까지 버틴 힘이 보존처리를 자주 했기 때문이었던가? 그랬기에 천수백년을 버텨 오늘에 이르렀다는 말인가?
이끼가 낀 채, 이끼와 부대끼며, 그것을 부여잡고 물경 천수백년을 버틴 채 오늘에 이르렀다. 비바람에 노출된 그대로 갖은 풍상 견디며 오늘에 이르렀다. 보존처리를 하지 않으면 사라지고 만다는 보존과학의 주장은 틀렸다.
둘째, 문화재도 죽어야 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죽을 자유를 허해야 한다. 죽어서는 아니된다는 강박이 외려 저런 꼴을 만들지는 아니했는가?
이끼가 타면 어떤가?
그것이 석재를 갉아먹으면 또 어떠한가?
제발 그냥 놔두자.
문화재 하이타이 빨래는 이젠 그만 하자. 없는 논리 만들어서, 그것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사기 치는 일은 더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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