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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송은의 뮤지엄톡톡

이타미 준, 유동룡 그리고 구정아트센터

by 여송은 2019.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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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미술관을 볼 수 있나요?"

 

요즘들어 박물관으로 심심치 않게 걸려오는 문의 전화이다.

 

사실 '온양미술관'이라고 명명하는 박물관 내 건물은 없다.

 

사람들이 말하는 '온양미술관' '구정아트센터'이다.

'구정아트센터'는 온양민속박물관 설립자 김원대 회장의 호인 '구정'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박물관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초록색 잔디밭 위로 붉은색 벽돌건물이 보일것이다. 처음오시는 분들은 박물관만 있는줄 알았는데, 이건 또 뭐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박물관 전시 외 공연이나 특별전시를 하는 공간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온양, 이 작은 동네에 있는 '구정아트센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근래 개봉한 정다운 감독의 <이타미 준의 바다 The Sea of Itami Jun, 2019> 라는 다큐 영화 덕분일것이다. 감독이 약 8년동안 이타미 준의 발자취를 따라다니며 답사하고, 지인들을 인터뷰 하여 제작한 다큐 영화이다. 온양민속박물관에도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즘 찾아와 신탁근 고문과 박물관 재단 이사장인 조문현 이사장도 인터뷰 했다고 한다.

 

 

'이타미 준', 한국 이름은 '유동룡' 그는 누구일까.

이타미 준은 우리에게 제주도의 '포도호텔'로 더 잘 알려진 재일교포 건축가이다. 이 재일교포 건축가가 1982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설계한 건축물이 온양민속박물관 내에 있는 '구정아트센터'이다.

 

배롱나무 꽃이 한창인 구정아트센터 (2019.8.)

 

이타미 준이 이렇게 온양에 처음으로 건축을 설계한데에는 박물관 초대 관장인 김홍식관장과의 연이 있다고 들었다. 김홍식관장이 일본으로 유학을 갔을 때, 둘은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 뒤 지속적인 교류가 있었고, 뜻이 닿아 이렇게  한국에, 온양에 자신의 건축물을 설계하게 된 것이다.

 

 

왼쪽부터 온양민속박물관 초대 김홍식 관장, 이타미 준 (1981)

 

건축 중인 구정아트센터 건물 뒤로 보이는 아무것도 없는 논·밭이 인상적이다.  (1981.2.3.)

 

 

이타미 준은 도쿄에서 나고 자란 재일교포이지만 한국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부단히 한국적인, 한국성을 드러내는 건물을 설계하려고 노력했다. 

 

'구정아트센터'도 이러한 이타미 준의 마음이 담긴 건축물 중의 하나이다.

 

이타미 준은 온양이 충무공 이순신의 땅이라는 상징성을 나타내기 위해 지붕은 거북선처럼 설계하였고, 내부 구조는 충청도의 'ㅁ'자형 가옥구조를 모티브로 설계하였다. 또한 건축물은 그 지역과 환경에 최대한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였기에 그 지역의 재료를 최대한 사용하려고 하였다. 그래서 구정아트센터를 지을 당시 아산 지역의 돌과 흙을 소재로 건축을 설계하였고, 건축 현장에 있던 흙으로 직접 흙벽돌을 구워 만들었다고 한다.

 

 

 

구정아트센터 입면 드로잉, 이타미 준 作

 

위 드로잉을 보면 구정아트센터를 둘러싼 돌담이 보인다. 지금은 일부 돌담이 허물려 저 모습을 볼 수 없지만, 당시 아산지역의 풍부한 돌을 활용하여 돌담을 설계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돌담을 설계한 이유가 있는데, 이타미 준의 딸이자 ITM건축연구소 대표인 유이화 씨와의 인터뷰로 갈음하고자 한다.

 

 

"구정아트센터는 건물 외부에서 건물을 보는 방향으로 돌담이 쌓여 있고, 건물 전면부에도 약 1.2m로 돌담이 쌓여 마치 돌 위에 건축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이 모습이 지금은 사라졌지만 당시 많은 사람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고, 자연히 건축학도들에게도 관심을 끌게 된 것 같습니다. 아버님께서는 한국의 건축물 중 종묘가 바닥에 자연스럽게 돌을 깔고 그 위에 건물을 지은 모습을 보고 그것을 굉장히 한국적이라고 생각하셨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 종묘의 모습을 본 따 건축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18년 개관 40주년 기념 인터뷰 중)

 

 

 

1982년, 구정아트센터를 개관 하였을 당시 재일교포가 지었다는 이유로 '왜색이 짙다'라는 논란도 있었지만 이타미 준은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예술성을 보여주며 그런 말들을 잠재웠다. 그러나 아무리 묵묵하다해서 그런 말들이 그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을리 없다. 당시 서운했던, 답답했던 마음을 글로 적어 신탁근 고문에게 보냈는데, 기회가 되면 소개하려 한다.

 

 

구정아트센터는 1982년 4월 6일, '구정미술관'으로 개관한 이후 1990년 9월 17일 '생활문화관'으로 재개관을 하였고, 2014년 4월 23일 지금의 '구정아트센터'라는 이름으로 또다시 재개관하였다.

 

현재 구정아트센터는 건축 당시 취지에 따라 문화·예술·공연 이라는 복합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기위해 부단히 노력중이다.

아쉬운점이 있다면, 이 좋은 공간을 상시 개방하면 좋겠지만 관리상의 문제로 특별전시 기간이나 공연이 있을 때만 개방한다. (그러니 박물관 특별전시 기간을 놓치지 말도록!) 

 

구정아트센터 내부 홀 전경, 천정의 나무 트러스트 구조가 인상적이다.

 

 

내부 전시

 

공연

 

이타미 준은 유동룡은 한국을 많이 사랑했다.

그리고 그 건축물이 지어지는 공간, 지역, 지역의 환경을 생각하고 건축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돌담의 돌에서, 붉은색 벽돌의 가루에서, 햇볕이 들어오는 작은 창문에서도 느껴진다.

 

가을, 자연을 사랑한 남자 이타미 준을 만나러 온양에 오는 건 어떨까.  

 

 

(광고같은 마무리...영업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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